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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여야, 비쟁점 법안이라도 처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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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08 00:38:37 수정 : 2024-05-08 00: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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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정쟁에 네 탓 공방
민생 법안 처리 못하고 표류
신념 지키는 것 중요하지만
양보·협치로 민생 보듬어야

지난 2일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자 지켜보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모처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달 안에 국회 본회의가 다시 열리면 통과될 가능성이 생겨서다. 그렇지만 강대강으로 대치 중인 정치권 상황을 감안하면 ‘희망고문’에 그칠 수도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청춘들의 생때같은 전셋집이 지금 이 순간에도 속속 경매로 넘어간다는 사연이 쏟아지고 있건만 총선 끝난 여의도는 둔감하기만 하다.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미국이 ‘칩스법’ 등으로 옥죄면서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바이오 등 한국의 첨단전략산업 종사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기업부터 납품하는 중소기업들까지 다가올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정부 역시 팔을 걷어붙이고, 각종 법안을 국회에 보냈다. 그런 노력으로 일부 법안은 가까스로 여야 공감대를 이뤘지만 정쟁으로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천종 정치부장

이뿐 아니다. 여야가 이견이 별로 없는 비쟁점 법안마저도 폐기될 위기에 처한 게 수두룩하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 처리에는 공감했지만 특검 대치 국면으로 표류하고 있다.

 

이런 태만들이 쌓여 결국 21대 국회 생산성은 역대 최악으로 마무리될 것 같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4년간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2만5830건 중 9455건이 처리돼 법안 처리율이 36.60%에 그쳤다. 입법 생산성은 형편없지만 금배지들은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앞다퉈 해외 출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모두 퇴출돼 마땅하지만 적대적 공생관계인 여야는 총선을 계기로 다시 판을 짜서 새 인물을 일부 수혈해 22대 국회 개원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총선 민심을 아전인수로 해석하고 있어 앞길도 밝지 않다.

 

우선 총선 이후 여권은 소통과 변화를 외치지만 아직 큰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국무회의를 통해 발표한 총선 후 입장 표명, 여야 영수회담, 비서실장·정무수석 인선, 민정수석 부활 등은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태원참사특별법 여야 합의 통과 정도가 그나마 협치로 내놓을 수 있는 성과다. 이제 남은 건 1년9개월 만에 열리는 윤 대통령 기자회견이다. 낮은 자세로 진솔하게 소통하는 모습으로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윤 대통령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여야 정치 원로들은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이구동성으로 ‘협치’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총선 승리에 취한 듯 민주당은 협치를 버리고 연일 강공 모드다.

 

채 상병 특검법 등을 통해 윤석열 정권을 정조준하고 있는 민주당은 문재인정부 시절 여권 인사를 겨냥한 검찰 수사도 특검의 수사 대상에 넣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특히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비리 의혹에 대해 ‘조작 수사’ 여부를 들여다보겠다는 태세다. 민주당의 새 원내 사령탑인 박찬대 원내대표는 22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모두 가져오겠다고 벼르고 있다. 당내 상황은 대놓고 ‘이재명 일극화 체제’로 치닫고 있다.

 

수컷 농게는 집게발이 전체 몸무게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크고 무겁다. 다른 수컷과의 경쟁에서 이겨 암컷을 차지하려고 덩치를 키워서다. 경쟁에서 이기고 나면 집게발은 쓸 데가 없어진다. 되레 커다란 집게발 때문에 더 많은 에너지를 충전해야 하고, 먹잇감을 찾아 갯벌로 나가다가 천적인 새들에게 포식당한다. 가급적 빨리 도려내는 게 상책이다. 민주당이 팬덤만 의식하다간 수컷 농게 신세가 될 수 있건만 그런 비판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정치에서는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더라도 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치인이 공공선을 위한 신념윤리를 갖추는 건 중요하지만 현실성을 위해 양보와 협치의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비쟁점 민생 법안만이라도 21대 국회 마감 전에 처리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이천종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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