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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베토벤 작전’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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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19 23:06:45 수정 : 2024-05-19 23: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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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총리는 곧 물러날 예정인데 실효성 없는 회담을 한 것 아닌가.”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보인 반응이다. 약 1개월 전 치러진 총선에서 극우파가 승리하자 중도 우파 성향의 마르크 뤼터 총리가 사의를 밝힌 걸 문제 삼았다. 정작 극우 정당들 간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국·네덜란드 ‘반도체 동맹’ 결성에 합의한 뤼터 총리는 지금도 여전히 집권 중이다. 서유럽식 연정에 대한 우리 정치권의 낮은 이해도가 빚은 촌극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뤼터 총리가 제일 공들인 현안이 바로 반도체다. 핵심은 세계 1위 반도체 노광장비 회사 ASML을 계속 네덜란드에 붙잡아 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에 머문 기간 가장 주목받은 일정은 네덜란드의 국보급 기업이라는 ASML 본사 방문이었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와 ASML 간에 1조원 규모 연구개발(R&D) 센터 건립 프로젝트가 성사됐다. 향후 ASML 행보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관심사다.

ASML의 해외 이전을 막고자 네덜란드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 이른바 ‘베토벤 작전’이다. ASML 본사 인근의 주택, 교육, 교통, 전력망 등 인프라 정비와 확충에 무려 25억유로(약 3조6800억원)를 쏟아붓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작전명이 왜 베토벤일까. 세계적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은 독일 국적이지만 조상은 네덜란드인이라고 한다. 베토벤 같은 인재를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 네덜란드의 의지가 담겼다.

네덜란드 총선 후 6개월이나 걸린 연정 구성 협상이 엊그제 타결됐다. 새 정권에 참여할 극우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 취업 허가를 까다롭게 바꾸는 반이민 정책 등이 담긴 국정 운영 방향을 발표했다. ASML은 직원 2만3000여명 중 40%가량이 외국 국적자다. 그간 ‘정부가 반이민으로 돌아서면 네덜란드를 떠나겠다’는 취지로 경고해 온 ASML 대응이 주목된다. 외신에 따르면 ASML은 본사를 프랑스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네덜란드가 베토벤에 이어 ASML마저 잃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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