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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갈등·취준생 반발 ‘인국공 사태’는 왜 벌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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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27 18:00:00 수정 : 2020-06-27 11: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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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호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인천공항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논란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뭐하냐”며 울분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를 반대하는 글이 만 하루 만에 20만건이 넘었다. 이에 청와대와 인천공항공사가 “취준생들이 가는 일자리가 아니다” “연봉은 3500만원대로 직고용 되더라도 변동 없다”는 등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으며 적극 대응했다. 그 결과 26일 현재 청년층의 비난은 조금씩 가라앉는 분위기다. 논란은 정치권으로 옮겨져 ‘제2라운드’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에 인천공항 보안검색 요원 1902명이 ‘청원경찰’ 신분으로 인천공항공사에 직고용되는 것과 관련해 파문의 시작과 함께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봤다.

 

◆‘정규직 전환’ 파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중에서도 공사가 떠안을 정규직 직고용 문제는 오래 전부터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이었고 이제야 폭발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사흘 만인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을 찾아 임기내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함께 자리한 당시 정일영(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1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직원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4월까지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검토해 왔고 이 중 30%는 공사 직고용으로 보안검색 요원을 포함시켰다. 그해 같은 달 새로 취임한 구본환 현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바통을 이어 받아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화를 추진해 왔다. 그는 이달 말 계약이 종료되는 보안검색 요원 1902명을 일단 자회사에 편제시킨 후 정규직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고용한다고 지난 22일 전격 발표했다. 지난 2월 노사전문가협의를 거친 데로 따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사 정규직 노조는 합의되지 않은 일방적 추진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규직 논란’은 이 때부터 사회·정치적 문제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사장이 벌여놓은 판에 설거지만 하는 격인 구 사장이 뭇매를 맞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 22일 오후 인천공항1터미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규직 전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퇴장하자 '노동자 배제한 정규직 전환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든 노동조합원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 뉴스1

◆추진 과정

 

인천공항공사는 노조 측과 숱한 회의를 거쳐 어렵게 1만명에 달하는 정규직 전환을 이끌어냈다고 밝히며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했다. 그러나 공사 노조는 합의되지 않았다며 보안검색 요원 직고용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월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직고용 대상인 보안검색 요원을 자회사로 임시 편제하고 관련 법과 제도적 문제를 해결한 후 직고용을 진행하기로 합의해 이번 결정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측은 보안검색 요원의 경우 2017년 첫 합의 때부터 현재까지 직고용 대상이었고 관련 법 개정에 따른 단체행동권 제약은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일도 오래 걸려 현 상태에서 법 개정이 필요없는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고용을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사 노조는 합의서 내용 중 ‘법적 해석을 고려해 자회사 편제’라는 부분에 공사 측과 차이가 있고 최종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 또 정규직 노조는 현재 1330여명으로, 직고용을 하게 되면 규모에서 밀려 주도권도 빼앗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나중에 청원경찰이 동등한 임금체계와 사무 직렬 전환 등을 요구하면 복지혜택 축소 등 기존 노조원들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사 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청원경찰로 채용된 뒤 이들이 제1 노조를 차지해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 동등한 처우를 요구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존 직원들이 입게 된다”며 “힘든 경쟁을 뚫고 들어온 직원들과 형평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원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노노(勞勞) 갈등’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노동조합들도 저마다 입장이 다르다. 보안검색 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으로 현재 4개로 갈라져 있다. 2018년 7월 단일노조로 출범해 A,B.C 3개 지부를 두고 있다가 지난 3월 C지부가 보안검색서비스노조로 독립해 나갔고 한 달 후에 A지부가 보안검색운영노조를, 최근에 B지부가 보안검색항공보안노조를 각각 설립해 총 4개 노조가 운영되고 있다. 

 

기존 보안검색노조는 상대적으로 2017년 5월 이전 입사자가  많지만 새로 생겨난 3개노조 중 규모가 가장 큰 보안검색서비스노조는 2017년 5월 이후 입사자가 대부분이다. 정규직 전환 선언 이전 입사자는 서류전형과 인성검사, 면접 등 적격심사를 통과해야 직고용되는데 ‘절대평가’ 방식인 데다 응시도 2017년 5월 이전에 입사한 보안검색 요원들만 가능해 사실상 전원 합격할 전망이다.

 

그러나 2017년 5월 이후 입사자들은 서류전형과 인성검사, 필기시험, 면접 등으로 구성된 공개경쟁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새로 공채시험을 통과해야 공사에 들어갈 수 있어 상당수의 탈락자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 노조를 비롯해 2017년 5월 이전에 입사한 이들은 공사의 직고용전환을 환영하고 있지만 보안검색서비스노조를 비롯해 2017년 5월 이후에 입사한 근로자들은 탈락하는 보안검색 요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해 달라며 공사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공사 정규직 직원들로 구성된 노조는 보안검색 요원들의 직고용에 반대하며 청와대 앞 시위에 나서는 등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장기호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 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친 후 노조원들의 응원을 받으며 청와대에 제출할 호소문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공항 안팎에서는 보안검색 노동자는 아르바이트가 아니고 대부분 대학의 항공보안학과나 항공서비스학과, 경호학과 출신이며 10년 이상의 보안검색 경력자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처우가 좋은 정규직 노조가 상대적으로 약자인 보안검색 요원의 직고용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것은 기득권에 집착하는 모습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보안검색 요원들의 직고용과 관련해 “공사 정규직과는 다른 별도 직군이며 급여 또한 일반직 임금수준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며 “공사 정규직으로 채용을 원하는 청년들의 일자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추영준 선임기자 yjch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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