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차량 피해 막기 위해 도입
‘만트럭버스’ 등 3사 규정 미수락
제작사 ‘자율참여’ 강제성 없어
업주 생계 고통… 안전사고 위험
시행 후 중재 판정 87건… 2.2%
정부 ‘사각지대’ 방치… 개선해야
신차 구입 후 동일한 하자 반복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한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제도(‘레몬법’)가 시행 7년째를 맞았지만 수입 대형트럭 3사가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규정을 수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이들 업체의 트럭을 샀다가 하자 발생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운행 중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될 경우 교환·환불 등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만트럭버스코리아와 볼보트럭코리아, 스카니아코리아그룹이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규정을 수락하지 않았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2019년 도입된 ‘레몬(Lemon)법’은 겉보기엔 멀쩡하나 결함이 많은 차량을 뜻하는 미국식 표현(Lemon)에서 유래한 것이다. 자동차 제작사가 교환·환불 중재규정을 수락하고 소비자도 동의해야 중재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하지만 구속력이 없어서 제작사가 규정 수락을 하지 않아도 된다. 국토부는 “중재가 당사자 간 합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규정 수락은 의무사항이 아니다”며 “수락하지 않았다고 제재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BMW코리아 등 국내외 승용차 메이커는 대부분 중재규정을 수락한 상태다. 볼보의 경우 승용차를 판매하는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중재에 참여하고 있지만 별도 법인인 볼보트럭코리아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반복적인 하자로 피해가 막심한 수입트럭 차주들은 큰 고통을 호소한다. 만트럭을 구입한 A씨의 경우 출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후방을 확인하는 디지털 사이드미러 이상을 겪었다고 한다. 그는 “서비스센터에서 카메라를 두 차례 교체했지만 같은 증상이 반복됐다”며 “결국 기존 거울식 사이드미러를 따로 달아 운행했다”고 토로했다.
화물차주에게 차량 고장은 단순한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 수입 대형트럭은 신차 기준 가격이 3억5000만∼4억원으로 고가여서 상당수 차주가 할부를 끼고 산다. 10년 이상 수입 대형트럭을 운행한 B씨는 “장거리 화물차는 한 번 운행하면 50만∼70만원을 번다”며 “신차에 문제가 생겨도 차를 바꿔 달라고 다투기보다 빨리 고쳐서 하루라도 더 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만트럭버스코리아 측은 본지와 통화에서 중재규정을 수락하지 않은 이유와 향후 수락 계획에 대해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해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볼보트럭코리아와 스카니아코리아도 “국내 법규에 따른 교환·환불 규정을 준수하고 있으며, 차량 결함 상황 발생 시 고객 케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중재규정 미수락 사유 등은 답하지 않았다.
운행거리가 긴 화물차의 경우 레몬법의 주행거리 기준도 높은 문턱이다. 현행법상 차량 인도 후 1년 이내에 하자가 발생해야 하고, 이 기간 주행거리가 2만㎞를 초과하면 1년이 지난 것으로 본다. 중대한 하자는 2차례, 일반 하자는 3차례 수리한 뒤에도 같은 문제가 재발하는 경우 등이 교환·환불 요건에 해당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22년 운행기록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월 16일 이상 운행한 화물차의 월평균 운전거리는 6179㎞였다. 단순 계산하면 약 3개월여 만에 2만㎞에 도달하는 셈이다.
중재규정 수락 업체를 대상으로 중재 절차를 밟는다고 해도 교환·환불 판정을 받기는 쉽지 않다. 레몬법 도입 이후 올해 7월까지 처리가 끝난 교환·환불 중재 신청 3951건 중 교환·환불 판정은 87건(2.2%)에 그쳤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미래자동차학부)는 “(레몬법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에 적용하도록 해야 하는데 제작사마다 중재규정 수락을 받는 방식으로 시작했다”며 “제작사 입장에서 참여하지 않아도 그만이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빠져나가도 큰 손실이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승용차는 문제가 수면 위로 노출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민감하지만 상용차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며 “화물차주에게 차량은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다. 차량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전 재산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사이 수입사는 배짱을 부리고, 피해는 고스란히 생계형 차주가 떠안고 있다”며 “국토부는 즉각 제도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당초 7일 국토교통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만트럭버스코리아 대표는 말레이시아 출장을 이유로 4일 국회에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는 23일 종합감사에서 다시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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