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78억 투자도 문제 삼아
국민의힘이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측에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의 개막작 선정을 철회해달라는 서한을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보내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제영화제 상영 여부에까지 관여하는 ‘영틀막(영화 틀어막기) 정당’인가”라며 철회 요구를 거두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발적으로 목소리 내는 데 동참하는 분이 많아 의견을 수렴해 원내에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개인 명의로 서한을 보내겠다고 했으나 동참 의사를 밝힌 의원들이 늘면서 당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의원은 앞서 공개한 개인 명의 서한에서 영화가 피해자의 가족을 가해 의혹의 당사자로 뒤바꾸고, 아버지가 어머니의 죽음에 관여했다는 프레임을 실제 유족에게 씌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희생자와 유족을 모욕하는 패륜적 역사 왜곡에 영화제 권위를 빌려주지 말라”고 요구했다.
영화와 제작사에 대한 투자도 문제 삼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한국벤처투자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모태펀드 자조합 9곳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8월까지 ‘암살자(들)’에 총 78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 중 24억원을 투자한 조합 3곳을 친민주당 인사와 관련된 업체로 지목했다. 일신창업투자 대표는 민주당 신성장특별위원회 위원을, 케이씨벤처스 대표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대통령 소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투자분과 위원을 맡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솔트룩스벤처스의 모기업인 솔트룩스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2월 당대표 시절 위원장을 맡았던 민주당 AI강국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악의적이고 패륜적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을 받는 영화에 문체부 모태펀드가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투자 과정에 외압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벤처투자는 김 의원실에 “개별 투자 대상 선정 및 투자 여부 결정은 조합 업무집행조합원의 고유권한”이라며 “한국벤처투자는 개별 투자 심의·의결 과정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주 의원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에 산업은행이 140억원, 중소기업은행이 142억원을 간접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상 국책은행 돈으로 이 제작사의 배를 불려주고 있다”며 투자금 회수와 투자 경위 수사를 촉구했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네이버가 매크로 조작을 이유로 영화 평점 게시판을 최신순으로 바꿨다고 해명한 데 대해 “궁색한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5일 충북 옥천군 육 여사 생가를 찾아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전은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박근혜정부의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와 윤석열정부의 고등학생 풍자만화 수상 대회 주최 측 경고를 거론하며 “낯선 장면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입만 열면 자유를 외치지만 정작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은 가차 없이 입을 틀어막는다”며 “자유를 말하면서 비판의 자유를 탄압하는 꼰대 정당이 국민의힘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싱가포르국제영화제에 대한 상영 철회 요구를 즉각 거두라”며 “문화를 향유할 관객의 권리를 빼앗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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