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국회 국정감사를 코앞에 둔 지난 3일 서울 한복판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고 정부와 여당을 규탄했다. 국민의힘이 대규모 장외집회를 연 것은 지난해 9월 서울시청 앞에서 규탄대회를 연 지 약 1년 만이다. 6일부터 시작되는 국감 준비에 전력을 쏟아도 부족할 판에 지금 거리에서 무엇을 하는 것인가.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 70여명은 정기국회 기간임에도 서울 숭례문 앞에서 당원 및 지지자들과 함께 이재명정부를 집중 성토했다. 일부 참가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부정선거” “윤(윤석열 전 대통령)어게인” 등의 철 지난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수권정당’이라고 자처하기는커녕 국민 보기 부끄럽지도 않나.
원내 주요 정당이 정부 및 여당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곳은 기본적으로 국회여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야당의 시간’이라는 국감 시즌이다. 최근 발생한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 사고와 한·미 외교 갈등을 비롯해 형사 사법체계 개편, 서민들의 전월세 대란, 단일종목 레버리지 논란 등 짚고 따져야 할 정책과 난맥상이 산적해 있다. 더구나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와 이 대통령의 언급으로 ‘연임 개헌’ 이슈도 잦아들어 장외투쟁 명분도 사실상 사라진 상황이다. 대통령과 집권당의 지지율 하락에도 이렇다 할 대안도 없이 극단적 구호에 매몰돼 반사이익도 챙기지 못하는 게 야당의 현주소다.
원내 지도부는 애초 정기국회 도중 장외로 나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였지만, 장 대표의 구상과 여론전도 필요하다는 주장에 이끌려 집회를 강행했다고 한다. 물가는 오르고, 청년과 소상공인은 일자리와 생존을 고민하는 판국에 제1야당이 거리로 나서는 건 국민의 피로감만 키울 뿐이다. 오죽하면 “습관성 장외집회 증후군에라도 걸린 것인가. 장 대표의 정치는 북 치고 고함치는 것밖에 없나”(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라는 힐난이 나오겠는가.
국회의원들의 장외투쟁은 의회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거나 공화적 민주질서가 중대하게 훼손됐을 때 선택하는 최후 수단이다. 국민의힘은 100석이 넘는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민생과 무관한 장외투쟁에 골몰할 게 아니라 당을 혁신하고, 민생 입법과 정책 대안 제시에 집중해야 할 때다. 민심을 등진 공허한 ‘광장정치’로는 보수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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