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전광판엔 ‘시범 운영 중’
바닥엔 차단봉, 벽엔 테이프가
안내판엔 여전히 ‘르네스퀘어’
이삿날 풍경은 어느 집이나 비슷하다. 손에는 상자에 다 넣지 못한 짐이 들려 있다. 벽 모서리에는 행여 때라도 탈까 붙여 둔 테이프가 그대로 남아 있고, 와이파이는 아직 잡히지 않는다. 문패도 바꿔 달기 전이다. 새 기관의 첫 출근도 꼭 그날을 닮았다. 살림은 채 들이지 못했고, 건물 곳곳은 아직 공사 중이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서울청과 본청이 들어선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 1층 로비에는 ‘시험운영중’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는 게이트 옆, 세로로 길게 걸린 LED 전광판에 뜬 글자였다.
중수청이 개청한 2일 청사 안팎은 어수선했다. 수사관들은 출입증을 목에 걸고 소속과 이름을 밝힌 뒤 안으로 들어갔다. 미처 옮기지 못한 개인 짐은 쇼핑백에 담겼다. 일부는 출범 하루 전에야 근무지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차장 입구 옆에는 차단봉이 제대로 박히지 않은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중수청 개청식을 알리는 대형 안내판 옆에는 르네스퀘어빌딩 층별 안내판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안내판에 따르면, 4∼17층은 ‘업무시설’, 지하 3∼6층은 ‘주차장’이다. 중수청 민원실과 종합상황실이 들어선 2층칸에는 ‘로비’와 ‘개방형라운지’, ‘근린생활시설’이 적혀 있었다. 서울청이 2∼5층, 본청이 7∼8층을 쓰지만, 안내판 어디에도 중수청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검은 유리 위로 ‘개청식’ 글자가 비쳤다.
1층을 비롯해 공실로 남은 곳도 많았다. 화장실로 들어서는 벽면 모서리에는 마스킹 테이프가 떼어지지 않은 채 남았다. 청사 공사는 연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조직을 이끌 초대 청장 자리도 비어 있다. 사람들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사무실로 하나둘 들어섰다.
한편, 르네스퀘어빌딩은 지하철 을지로3가역과 맞닿은 지상 17층 규모 신축 오피스로, 올해 5월 준공됐다. 준공 전후 대규모 공실을 안은 채 매각에 나섰지만, 한 차례 무산됐다. 단독으로 인수를 검토한 한국토지신탁과 매도측이 가격 차를 좁히지 못했다.
빈 사무실을 채운 건 중수청이었다. 행정안전부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6월 이 건물을 본청·서울청 청사로 정했고, 중수청은 업무시설 전체를 5년 계약으로 임대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월 임차료는 약 21억5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청사 공사는 연말까지 이어진다. 중수청은 우선 민원·수사·행정 업무에 필요한 사무공간과 업무망부터 갖출 계획이다. 층별 안내판 맨 위에는 중수청이 아닌 ‘르네스퀘어’ 로고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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