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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 그 ‘유일한 순간’을 담다… 첫 라이브 앨범으로 돌아온 ‘재즈 디바’ 말로

입력 : 2025-08-16 05:00:00 수정 : 2025-08-16 04:08:04
이수민 기자 bigsum533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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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라이브 앨범 'MALO LIVE AT MUDDY' 발매
9월27일 마포아트센터서 9년 만의 단독 콘서트도
‘한국적 재즈’란 무엇인가…오감으로 확인하는 기회
“재즈는 계획되지 않은 길을 따라가다, 예상치 못한 충만함을 만나는 음악이죠.”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가 데뷔 29년 만에 첫 라이브 앨범 《MALO LIVE AT MUDDY》를 지난달 24일 발표했다. 오는 9월 27일에는 마포아트센터에서 9년 만의 단독 콘서트도 연다. 그녀의 이번 앨범과 공연은 한국 재즈의 현재를 증명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앨범에는 지난해 5월 군산의 재즈클럽 ‘머디(MUDDY)’에서 열린 공연 실황이 담겼다. 스튜디오 녹음으로는 옮길 수 없는 에너지와 즉흥의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말로는 미국 버클리 음대에서 유학을 마친 뒤 1996년 귀국해, 한국 재즈계에 스캣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며 ‘한국의 엘라 피츠제럴드’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후 30년 가까이 재즈와 가요의 경계를 넘나들며 창작과 실험을 꾸준히 이어왔다. 그 노력의 결과일까. 이번 앨범은 “말로의 진짜 무대는 라이브”라는 오랜 평가에 대한 가장 명확한 응답이 됐다.

 

총 13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는 스윙, 라틴, 블루스, 발라드 등 다양한 스타일의 스탠더드 곡이 담겼다. 〈What a Wonderful World〉, 〈No More Blues〉처럼 누구나 익숙한 명곡은 물론, 국내 재즈 무대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레퍼토리도 포함됐다. 브라질 작곡가 에그베르토 지스몬치의 〈Memoria e Fado〉, 시드니 베셰의 샹송을 삼바로 재해석한 〈A Time to Love, a Time to Cry (Florzinha)〉,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서정적인 〈Retrato em Branco e Preto〉 등이 대표적이다. 말로는 원곡의 감각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곡마다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앵콜곡으로는 2003년 발표된 정규 3집의 타이틀곡 〈벚꽃 지다〉가 실렸다. 이 곡은 한국어 가사와 정서, 계절의 이미지를 재즈 어법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창작 재즈의 사례로 평가받는다. 서정적인 화성과 느린 발라드 템포 위에, 벚꽃이 흩날리는 찰나의 풍경과 그 안의 덧없음이 시적인 언어로 포개진다. 서구 재즈 문법을 단순히 차용하지 않고, 한국어의 리듬과 계절 감각을 즉흥 선율에 녹여낸 곡이다. ‘한국적인 재즈’가 어떤 얼굴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이정표이기도 하다. 앨범에 이 곡이 더해지며, 청자는 스탠더드 재즈뿐 아니라 한국 재즈의 고유한 이미지까지 함께 마주하게 됐다.

 

이번 앨범이 탄생한 무대는 군산 최초의 재즈클럽 ‘머디(MUDDY)’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거의 없는 공간에서, 뮤지션과 관객은 호흡 하나까지 나누며 음악을 완성했다. 관객과 연주자의 교감 속에서만 나올 수 있는 ‘단 한 번의 완전한 순간들’이 앨범 곳곳에 담겼다.

 

음향 작업에는 그래미 어워드 2회 수상 엔지니어 황병준, 수많은 명반을 빚어낸 윤정오가 참여했다. 그들의 협업은 “한국 라이브 앨범 사운드의 새 기준”이라는 찬사까지 기어코 이끌어냈다. 이번 앨범은 돌비 애트모스 버전으로도 발매된다. 애플뮤직을 통해 공연장 3열에 앉아 있는 듯한 생생한 몰입감이 느껴지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오는 9월 말에는 LP로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앨범에는 말로와 오랜 호흡을 맞춰온 국내 최정상 연주자들이 함께했다. 이명건(피아노), 황이현(기타), 정영준(베이스), 이도헌(드럼)은 말로의 자유로운 음악적 감각을 더욱 깊고 풍부하게 확장시켜주는 동료들이다. 서로의 호흡을 직감적으로 읽어내는 이들의 교감은 곡마다 고스란히 담겼다. 공연 실황 앨범이라 해도,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즉흥 재즈) 특유의 자유로움과 묘한 긴장감까지 포착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연주자들의 내공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트랙을 무작위로 재생하는 순간, 청자는 곧장 재즈클럽 ‘머디’의 한 자리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눈을 감으면 객석의 숨결까지 들리는 듯하다. 실제로 <A time to love, a time to cry> 곡을 연주하던 중 피아노 줄이 끊어지는 우연한 해프닝까지 앨범에 그대로 담겼다고 한다. 다시는 재현할 수 없는 어떤 순간이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은 것이다.

 

말로는 앨범 발매를 기념해 9월 27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단독 콘서트 ‘퍼펙트 모먼트’를 연다. 지난 2016년 이후 9년 만의 단독 무대다. 앨범에 함께한 밴드와 호흡을 맞춰, 재즈 스탠더드 곡은 물론 그녀의 대표곡들도 함께 들려줄 예정이다.

 

 

예측할 수 없기에 더욱 찬란한 순간. 충만함이 문득 스며드는, 재즈가 품은 마법 같은 찰나. 말로는 이 시간을 “완전한 순간(Perfect Moment)”이라 부른다. “이번 공연에서 그 황홀한 시간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그녀의 고백에는, 소리를 사랑해온 이의 맑고 깊은 울림이 배어 있다.

 

32년째 무대에 서고 있는 보컬이 여전히 설레는 마음으로 재즈를 노래한다는 것. 명곡 ‘What a wonderful world’의 그 친숙한 한 소절을 부를 때조차, 말로는 결코 익숙함에 기대지 않는다. 그 순간의 감정을 새롭게 껴안고, 음악이 데려다줄 또 다른 찬란의 지점을 조용히 기다린다. 그녀의 노래에서 재즈의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까닭은, 그녀가 여전히 소리를 아이처럼 투명하게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의 깊이 위에 순수함을 얹은 목소리. 그 드문 결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있다. 우리는 그것을 외면할 이유가 없다.


이수민 기자 bigsum533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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