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0-2 밀리던 후반 23분 교체 투입
중거리포로 새 시즌 팀 마수걸이골
동점 후 승부차기 4-2 역전승 견인
엔리케 감독 ‘눈도장’… 중용할지 관심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1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루이스 엔리케 감독 선택을 받지 못했던 ‘골든보이’ 이강인이 새 시즌을 앞두고 중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강인이 2025~2026시즌 리그1 개막을 앞두고 열린 2025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에 출전해 득점포를 가동하며 팀 우승에 초석을 놨다.
PSG는 14일 이탈리아 우디네 스타디오 프리울리에서 열린 슈퍼컵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을 물리치고 트로피를 가져갔다. 슈퍼컵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팀과 유로파리그(UEL) 우승팀이 맞붙는 매치로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면 연장 없이 곧바로 승부차기에 돌입한다. 이 경기에서 PSG는 토트넘과 전후반 90분 동안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지난 6월 2024~2025시즌 UCL 결승에서 인터밀란(이탈리아)을 물리치고 빅이어를 품은 PSG는 이날 승리로 창단 후 처음으로 슈퍼컵 트로피를 얻는 경사를 누렸다.

PSG는 경기 내내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위협적인 공격 장면을 만들어 내지 못했고 전반 39분 토트넘 미키 판더펜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0-1로 뒤진 후반 3분에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토트넘 크리스티안 로메로에게 헤더를 내주면서 흔들렸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던 상황에서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강인은 0-2로 뒤진 후반 23분 투입됐다. 이강인은 개인기로 공격 루트를 개척했다. 오른쪽 페널티 라인 부근에서 프리킥을 얻어내 직접 키커로 나서 왼발슛을 때리기도 했다. 예열을 마친 이강인은 후반 40분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벼락같은 왼발슛을 터트려 토트넘 골망을 흔들었다. 이렇게 이강인은 새 시즌 PSG 공식전 1호골 주인공이 됐다.
만회골을 넣은 PSG는 후반 추가시간 곤살루 하무스 헤더가 이어지면서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 없이 진행된 승부차기에서도 이강인은 네 번째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성공시켰고, 결국 PSG는 슈퍼컵까지 제패하며 기분 좋게 시즌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경기 후 엔리케 감독도 벤치로 돌아오는 이강인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23분밖에 뛰지 않았지만 이강인은 25차례 패스를 시도해 23차례 성공하는 등 맹활약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강인은 높은 평점을 받았다. 통계전문업체 풋몹은 이강인에게 비티냐(8.0점), 우스만 뎀벨레(7.9점)에 이어 팀 내 세 번째로 높은 평점 7.5점을 줬고, 소파스코어는 뎀벨레(9.2점)에 이어 가장 높은 8.5점을 부여했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 엔리케 감독 체제에서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 뛰어난 개인기와 돌파능력을 가진 이강인은 엔리케 감독이 추구하는 빠른 축구와 거리가 멀었다. 이에 엔리케 감독은 자신의 전술과 어울리지 않는 이강인을 중용하지 않았다. 이강인은 PSG가 지난 시즌 리그1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와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축구협회컵), 트로페 데 샹피옹(프랑스 슈퍼컵), UCL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는 동안 주축으로 활약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입지가 불안정해진 이강인의 이적설이 비시즌 꾸준히 제기됐다. 잉글랜드 아스널이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뉴캐슬을 비롯해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이탈리아 나폴리 등으로 떠날 것이라는 보도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있어서 이강인은 자신을 중용하는 팀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해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강인은 팀에 남았다.
프랑스 언론은 엔리케 감독이 여전히 이강인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이적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경기로 이강인을 향한 엔리케 감독 마음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 PSG는 18일 낭트와 새 시즌 리그1 개막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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