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하자따른 피해 합의율 절반 그쳐
#1. 지난해 99만원에 물걸레 로봇 청소기를 산 A씨. 제품을 배송받아 작동해보니 ‘딱딱딱’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업자 안내에 따라 메인브러시 커버를 교체했음에도 소음은 계속됐다. 이후 방문한 AS 기사는 소음은 발생하지만 제품 하자는 아니라고 했다.
#2. 올해 초 B씨는 79만원에 구매한 로봇 청소기로 물걸레 청소를 했다. 그런데 지나간 자리 군데군데 물이 흘러 있어 판매자에게 이의 제기를 했다. 안내에 따라 로봇 청소기를 다시 작동시켰지만 누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가사 노동의 부담을 덜기 위해 로봇 청소기를 사용하는 가구가 늘면서 소비자 민원도 증가 추세다. 로봇 청소기 제품 하자에 대해 사업자가 조치를 거부하는 등 피해가 증가하고 있어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3년간 접수된 로봇 청소기 관련 피해 구제 신청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약 90%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39건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77건이 접수됐다.
유형을 살펴보면 ‘제품 하자로 인한 피해’가 70% 이상으로 ‘계약이나 거래 관련 피해’보다 약 3배 많았다.
소비자원이 제품 하자 내용이 확인된 피해 169건을 분석한 결과, 매핑(공간 인식) 기능 불량, 사물 미인식, 스테이션 복귀 실패 등 공간과 사물을 인식하는 ‘센서 기능 하자’가 42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작동 불가 및 멈춤’이 30건, 자동급수 및 먼지통 비움 등 ‘부가 기능 하자’가 29건 순이었다. 이는 센서, 카메라, 모터, 바퀴, 브러시 등 로봇 청소기의 다양한 구성품에서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제품 하자로 인한 피해로 소비자가 환급·수리를 받는 비율은 절반 정도(56%)에 그친다. 사업자가 제품 하자를 인정하지 않거나 사용자의 과실을 주장해, 하자 여부와 책임 소재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소비자원은 분석했다. 계약이나 거래 관련 피해로 소비자가 피해 회복을 한 비율(84%)과 비교된다.
서영호 한국소비자원 주택공산품팀장은 12일 세계일보와 통화해서 “제조사의 책임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면서도 “현재 소비자와 업체 사이에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 소비자의 주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봇 청소기는 제조업체나 기종에 따라 사물 인식, 매핑, 문턱 넘기 등의 성능에서 차이를 보인다. 최신 기종이라고 해도 얇은 전선이나 머리끈 같은 작은 물체를 완벽하게 인식 못 하거나, 물걸레 청소 시 물기가 남을 수도 있다. 업체가 실제 성능보다 과장된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로봇 청소기 관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제품 구매 시 집 구조에 맞는 사양을 선택할 것 △청소 전에는 음식물 등 방해되는 물건이나 쓰레기는 미리 치울 것 △센서가 오작동하지 않도록 먼지를 제거하는 등 제품 관리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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