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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탄소중립 달성해도 슈퍼태풍 습격한다” [이슈플러스]

입력 : 2025-08-07 14:45:07 수정 : 2025-08-07 15:29:26
포항=이영균 기자 lyg02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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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민승기 교수팀, 400년 기후 시뮬레이션으로 탄소중립 정책의 한계 밝혀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추는 ‘탄소중립’만으로는 강력한 태풍과 폭우의 위험을 막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포스텍(포항공대)은 7일 환경공학부 민승기(사진) 교수, 문민철(사진) 연구원 연구팀이 기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해도 강한 태풍과 극한 강수는 앞으로 수백 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태풍이 점점 강력해지고 있고, 그 피해는 해안 도시와 농촌, 물류 산업 등 전방위적으로 커지고 있다. 

 

각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탄소중립 이후에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연구팀은 대기 중 탄소를 줄이는 ‘탄소감축’ 또는 ‘탄소 마이너스’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기후 모델을 이용해 ‘탄소중립’과 ‘탄소감축’ 두 가지 시나리오에서 400년 동안의 변화를 시뮬레이션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경우를 말하며, ‘탄소감축’은 이미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까지 제거하는 좀 더 적극적인 방식을 의미한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탄소중립을 달성해도 태풍 위험은 줄어들지 않았다. 북반구에서는 태풍 갯수가 줄어든 반면, 남반구에서는 증가해 태풍 활동이 비대칭적으로 바뀌었고, 이러한 현상은 300년 동안 지속됐다. 

 

더 큰 문제는 육지에 상륙하는 태풍 하나하나의 강도와 상륙 시 쏟아지는 비의 양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태풍의 수는 줄어도, 한 번 발생하면 더 강력하고 위험한 형태로 변한 것이다.

 

반면, ‘탄소감축’ 시나리오에서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비대칭적인 태풍 분포는 200년 만에 해소됐고, 태풍의 강도와 극한 강수 현상도 눈에 띄게 완화됐다. 

 

단순히 탄소 배출을 멈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미 대기에 축적된 이산화탄소를 적극적으로 줄여야만 기후 재난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적 경고를 넘어 기후 정책 방향성을 분명히 제시한다. 

 

탄소중립은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며, 이제 ‘탄소 마이너스’라는 더 과감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포스텍 연구 이미지. 포스텍 제공

기후 위기의 해법은 배출을 멈추는 데 그치지 않고, 지구의 숨통을 조이는 탄소를 직접 줄이는 데 있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더라도 강력한 태풍과 극한 강수 위험은 수 세기 동안 지속될 수 있다"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탄소감축과 같은 적극적인 기후 대응 전략과 지역 맞춤형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파트너 저널 기후와 대기과학’에 실렸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 기상청 기후 및 기후변화 감시·예측정보 응용 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포항=이영균 기자 lyg02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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