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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가자지구 ‘제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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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12 23:27:02 수정 : 2025-08-12 23:27:01
강구열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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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200만명이 기근 위협 처해
한 끼를 위해 목숨 거는게 일상
그럼에도 네타냐후는 공세 강화
‘홀로코스트’ 사례와 뭐가 다른가

갈비뼈가 고스란히 드러나 앙상한 젊은 남성이 삽을 들고 모랫바닥을 파고 있다. 자신의 힘으론 주체하기 힘든 고통과 절망이 한눈에 전해진다. 그의 말이 충격을 더한다.

“제가 지금 하는 건 제 무덤을 파는 일입니다.”

강구열 국제부장

에비아타르 다비드,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했을 때 잡혀간 24살의 이스라엘 청년이다.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심리전의 하나로 하마스가 공개한 다비드의 영상이 지난 3일 이스라엘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포로로 잡힌 자국 젊은이의 비참한 모습에 국가 지도자로서 느끼는 분노와 한시라도 빨리 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을 것이다.

그런데 네타냐후 총리의 당연한 반응을 전하는 외신을 보면서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자신이 주도하는 가자지구 공격과 봉쇄로 인한 팔레스타인인의 수많은 죽음에 인간적인 연민, 슬픔을 표현했다는 걸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가자지구의 한 검문소에서 식량 배급을 기다리던 주민 최소 48명이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외신이 전한 현장 사진은 처참했다. 흰 천으로 둘둘 만 아이들의 시신은 방치되다시피 했고, 죽은 아들을 품에 안고 볼을 쓰다듬은 어머니의 얼굴에는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가득했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식량을 구하려던 수십 명의 사람이 허망하게 죽음을 맞았지만 이스라엘의 해명은 “경고사격을 했지만 군중을 향하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가자지구의 이런 비극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한 끼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일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먹지 못해 발생한 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져 매일 ‘사상 최악’을 경신하는 지경이다. 유럽연합 대외관계청(EEAS)에 따르면 가자지구 주민 200만명이 기근 위협에 처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가자지구에서 영양실조로 사망한 사람이 99명이며 파악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실제 사망자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굶음이 죽음에 직결하는 상황에 놓인 당사자들의 고통, 그런 상황을 초래한 반인간성이 어떤 것인지는 상상으로도 가늠이 되지 않는다.

최악의 인도적 위기가 현실화되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가자지구 전체를 장악하겠다며 군사작전을 확대하는 중이다. 이에 따라 병원, 난민촌, 학교 등 민간 시설이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지휘통제소로 활용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비등할 수밖에 없다. 유럽 국가 중 이스라엘에 가장 우호적이었고, 미국 다음으로 많은 무기를 공급해 온 독일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정상들이 직접 나서 비판에 가세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파멸적인 상황을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심의 초점이 하마스가 잡고 있는 이스라엘인 인질의 안전이라는 점에서 다르지만 이스라엘 정권 내부에서조차 반대가 심하다. 군 최고지도자인 에얄 자리르 참모총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지난 9일 수도 텔아비브에서는 가자지구 완전 점령 계획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인질 석방을 위한 종전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노사이드’. 특정 집단을 고의적 및 제도적으로 말살하는 행위 또는 그러한 시도를 일컫는 말이다. 이스라엘을 이루는 유대인들이 나치 독일 치하에서 겪었던 ‘홀로코스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스라엘 현대문학을 대표한다는 다비드 그로스만 작가 등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제노사이드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제노사이드의 가장 큰 피해자인 유대인의 이스라엘이 가해자가 되었다는 비판에 네타냐후 총리는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심지어 자국민 인질의 목숨도 위험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에 무엇이라고 답할까.


강구열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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