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밤 국가인권위원회 상담센터에 ‘서울 소재 백화점 네 곳과 광주광역시 백화점 한 곳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팩스가 전송됐다. 경찰 특공대와 폭발물 처리반이 투입돼 2시간가량 수색했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 5, 6일에는 서울·경기 하남·용인의 신세계백화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온라인 게시글로 손님과 직원 40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백화점 폭발물 설치, 공연장 폭파 등 일상을 뒤흔드는 ‘테러 협박’ 신고가 최근 일주일 새 6건이나 접수돼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 와중에 일본 변호사를 사칭하면서 폭발물을 터뜨리겠다는 내용의 팩스를 보내는 사건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내 한국체육산업개발 측으로 “KSPO돔(체조경기장)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오후 4시 43분부터 8시 10분까지 폭파시킨다”라는 팩스가 접수돼 K팝 아이돌 공연을 보러온 관객 2000명이 대피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이 팩스는 ‘가라사와 다카히로’라는 일본 변호사 명의로 발송됐는데, 당사자는 “나는 아니다”라고 부인한단다. 일본발 테러 협박 팩스 사건이 2023년부터 40여 건에 이르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공중협박 혐의로 검거된 범인 중 절반이 20∼30대라고 한다. 서울 신세계백화점 폭탄 테러 협박범은 제주시에 거주하는 중1 남학생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이 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 글을 올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이로 인한 공권력 낭비와 경제적 손실이 막심하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일로 3시간 동안 6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공중협박죄는 재작년 서울 신림역 흉기 난동사건 이후 온라인에서 연쇄적으로 퍼진 ‘살인 예고 글’을 처벌하기 위해 지난 3월에 신설됐다. 불특정 또는 다수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한다는 내용을 공연히 알릴 때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이 혐의로 검거된 48명 중 고작 4명만 구속됐고, 11명은 검찰에 송치도 되지 않았다. 여전히 대응이 느슨하다. 처벌 강화와 함께 거액 배상금을 물리는 ‘금융치료’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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