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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이 타고 세계가 사는 K-전투기 시대 열린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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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16 09:43:03 수정 : 2025-05-16 09: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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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앞에 보이는 항공기가 KF-21 양산 1호기입니다.”

 

지난달 24일 방문한 경남 사천시 소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 축구장 3배 넓이인 2만1600㎡(약 6500평)에 달하는 거대한 공간을 지닌 고정익동에는 조립생산이 한창인 항공기들이 가득했다.

 

KF-21 전투기(오른쪽)가 KF-16 전투기와 함께 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공장 한쪽에는 엔지니어들이 각진 외형을 지닌 항공기 주변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조립 초기 단계인 이 항공기는 수직꼬리날개조차 보이지 않았다.

 

기체 뼈대만 드러나 있어서 우리가 알고 있던 항공기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현재 모습만으로도 기존 항공기와는 차별화된 특징을 지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2030년대 한반도 하늘을 수호할 KF-21 양산 1호기를 마주한 순간이었다.

 

KAI 양산사업운영실 백중현 실장은 기자에게 “(KF-21) 체계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양산 과정에선 오류가 거의 없고 일정대로 진행 중”이라며 “품질과 비용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KF-21 생산, 공군 전력화가 최우선

 

KAI가 생산하고 있는 KF-21은 지난해 6월 방위사업청과 체결한 20대 최초 양산 계약에 의한 것이다. 내년부터 양산기 납품이 이뤄지면서 영공 수호 임무를 맡게 된다. 한 달에 2대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20대 중에서 생산 속도가 가장 빠른 1호기는 최종 조립 단계에 접어든 상태였다. 전방·중앙·후방 동체와 주익(비행기에서 좌우로 뻗은 날개 중 가장 큰 날개)이 합쳐진 모습을 갖췄다. 1호기 너머에는 2호기가 조립되고 있었다.

 

항공기 제작을 지원하는 장비들은 상당수가 자동화되어 있다. 실제로 KF-21 전방·중앙·후방 동체를 하나의 기체로 합치는 작업은 동체자동결합체계(FASS)가 맡는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에서 KF-21 양산기가 조립되고 있다. KAI 제공

FASS는 레이저로 동체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유압 기둥을 움직여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한다. 오차가 0.001인치(약 0.003㎝)에 불과할 정도로 정밀하다. A4용지 두께의 4분의 1 수준이다.

 

공장에 설치된 크레인으로 옮겨서 조립했던 과거보다 정확도를 높여서 계절에 따른 소재 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방지하고 생산 소요시간을 단축한다.

 

동체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용접은 하지 않는다. 구멍을 뚫고 볼트와 너트, 리벳으로 연결해야 필요할 때 분해 조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동체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 KF-21 동체와 날개는 탄소복합재로 구성되어 있어 매우 단단하다. 사람이 직접 뚫으면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KAI는 대형로봇드릴링시스템(LRDS)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로봇팔이 움직이면서 구멍을 만드는 LRDS를 사용한 덕분에 작업 시간이 대폭 단축됐다고 KAI 측은 설명했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에서 KF-21 양산기가 조립되고 있다. KAI 제공

1호기 동체 아래쪽에선 엔지니어들이 의자에 앉은 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유압과 연료, 전기 계통을 설치하는 작업이었다. KAI 관계자는 “조립을 위해 FA-50 경공격기 생산기술을 응용해 치공구 등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작업이 완료되면 조종석과 꼬리날개를 장착하고 시스템을 연결한다. 이후 엔지니어와 시험조종사가 점검하는 절차를 거친다.

 

KAI는 KF-21 첫 양산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KF-21은 시제기 8대를 제작·시험하며 개선 및 보완점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양산을 진행하고 있어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백 실장은 “시제기 개발할 때는 일정이 수개월 정도 밀려서 철야 작업을 했지만, 지금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12호기까지 조립이 착수가 됐다”고 전했다.

 

생산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지만, 첫 양산 과정에서 품질 문제가 불거질 위험은 있다. KAI도 이같은 점을 인식하고 품질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에서 제작된 KF-21 양산 1호기의 수직꼬리날개. KAI 제공

이를 위해 KAI는 도면을 보고 작업하는 작업자가 가장 먼저 확인을 하고, 생산기술 엔지니어가 재차 확인한다. 필요한 경우엔 개발 담당 인원들도 합류해서 협의하는 방식으로 품질 관리를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품질원을 비롯한 정부 기관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의 국내 업체와도 주기적으로 회의를 진행하며 양산과정을 점검한다.

 

고정익동을 벗어나 격납고로 자리를 옮기자 익숙한 외형을 지닌 항공기가 눈에 들어왔다. KF-21 시제기였다. 

 

조종사가 탑승한 시제기 주변에는 지상요원들이 분주하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시험비행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KAI 관계자는 “시제기라 지상에서 점검해야 할 부분이 많아서 (비행) 준비에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첫 양산의 성과를 토대로 방위사업청과 KAI는 이르면 다음달 중 20대 규모의 2차 양산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계약 전에 원가검증 등의 작업을 거친다.

 

1·2차 양산 계약이 연속적으로 이뤄지면, 1차 양산 과정에서의 경험과 개선점을 2차 양산 과정에 적용할 수 있다.

 

백 실장은 “우리의 목표는 공군 전력화가 첫째고, 수출이 두 번째다. (이를 달성할) 자신감이 있다”며 “초도 양산 과정에서 검증과 보완 작업을 거친 만큼 2차 양산은 더욱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에 판매될 FA-50PL 경공격기 상상도. KAI 제공

◆세계로 나아가는 FA-50

 

KF-21 생산이 이뤄지고 있던 고정익동 한쪽에는 FA-50 계열 항공기 조립이 한창이었다. KAI는 고정익동에 FA-50 생산라인 2개를 설치, 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KAI 관계자는 “한 달에 FA-50 3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KAI 관계자는 기자를 생산라인 한쪽에 있는 FA-50으로 안내했다. 말레이시아에 수출되는 FA-50M 1호기였다. 

 

전방·중앙·후방 동체 조립이 이뤄진 FA-50M 1호기는 전기 계통 등을 결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폴란드에 수출되는 FA-50PL 5대가 함께 보였다.

 

지난 2023년 KAI는 말레이시아 정부와 FA-50M 18대를 9억2000만 달러(1조2000억 원)에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FA-50M의 사양은 FA-50PL과 유사하다. 2028년까지 36대가 납품될 FA-50PL은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와 링크-16 데이터링크를 장착한다.

 

정밀유도폭탄과 300갤런(1136리터) 연료 탱크, AIM-9X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공중급유장치 등이 통합될 예정이다.

MK-82 폭탄을 장착한 FA-50 경공격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FA-50PL 탑재 장비의 핵심은 AESA 레이더다.

 

AESA 레이더는 표적 탐지 및 추적과 식별, 순항 미사일이나 드론처럼 레이더 신호가 약한 저공 표적을 포착하는 능력 등에서 기존의 기계식 레이더보다 훨씬 우수하다.

 

최근 생산되는 전투기는 물론 일선에서 쓰이는 기종도 AESA 레이더 사용이 일반적이다.

 

FA-50PL은 미국 RTX의 팬텀스트라이크 AESA 레이더를 쓴다. RTX가 개발중인 팬텀스트라이크는 최근 첫 비행시험에 성공했다.

 

KAI는 올해 여름 RTX로부터 팬텀스트라이크 테스트 유닛(test unit)을 인도받아 시험용 시제기(T-50)에 장착해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테스트 유닛은 일종의 시제품에 해당한다.

 

FA-50PL이 첫 고객인 팬텀스트라이크는 장거리 위협 탐지, 추적 및 조준 기능을 제공하도록 설계된 공랭식 사격 통제 레이더다. 

 

수랭식 레이더에 필요한 모든 냉각 인프라를 제거해서 크기와 무게를 줄였다. 이를 통해 경공격기와 무인기, 헬기 등에 쉽게 통합할 수 있다.

 

RTX는 “일반 레이더의 거의 절반 가격으로서 향상된 표적 탐지 및 방해 전파 저항성을 통해 탁월한 레이더 성능을 제공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에서 KAI 직원들이 TA-50을 점검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AI는 폴란드와 말레이시아에서의 성과를 토대로 해외 시장 개척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인도네시아 정부와 인도네시아 공군의 KT-1B 기본 훈련기 12대 수명연장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6400만 달러(904억 원) 규모의 수명연장 사업은 지난 1월 인도네시아 국방부의 요구로 추진이 이뤄졌다.

 

인도네시아는 KT-1B 외에도 T-50I 22대를 도입한 국가다. KAI는 인도네시아에 KT-1B 12대와 FA-50 32대를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FA-50은 인도네시아 공군에서 노후한 영국산 호크 훈련기 교체 수요가 있다. 이와 관련된 사업이 이르면 내년쯤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경쟁 기종으로 체코 L-39NG, 이탈리아 M-346, 중국 JL-9 등이 거론된다. 제트 훈련기 겸 경공격기로 쓰일 수 있는 기종들이다.

 

지난 2022년부터 인도네시아 현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활동을 펼쳤던 KAI는 관련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성능이 향상된 FA-50이 대체기종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사천=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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