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금 이자만 월 100만 원 넘는데, 월급은 그대로예요. 카드값 돌려막기하다 연체됐고, 집 팔 생각도 해봤어요.”
서울 강서구에서 신혼집을 마련한 직장인 김모(36)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2021년 저금리일 때 영끌해 집을 샀지만, 고정금리 약정이 끝나면서 이자 부담이 두 배로 늘었다. 이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빚’에 흔들리는 차주들이 늘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서울 지역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5%로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월(0.34%)에 이어 두 달 연속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2021년 말까지만 해도 서울 주담대 연체율은 0.09%에 불과했다. 하지만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2월엔 0.33%, 올해는 결국 0.35%까지 치솟았다.
서울 주담대는 전국 대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거래도 많고 집값도 비싸 연체율 상승이 전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문제는 차주들의 ‘생활 여력’이 갈수록 빠듯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는 157.9로 올랐다. 서울에선 월급의 40.6%를 주담대 원리금 갚는 데 쓰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경매도 빠르게 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에서 임의경매로 소유권 이전된 부동산은 979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넘게 급증했다. 임의경매는 차주가 3개월 이상 연체하면 금융기관이 재판 없이 집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 혜택이 끝난 차주들이 현재 금리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연체에 빠지고 있다”며 “자산가보다는 실수요자 중심의 위험 신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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