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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학생 극단 선택 내몬 언어폭력…전문가 “계도·처벌 동시 이뤄져야”

입력 : 2023-03-01 06:00:00 수정 : 2023-03-02 2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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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식 청소년폭력연구소 소장 "학교폭력 ‘제로’ 학교서 선생님과 학생끼리 존대말 쓰는 운동 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하면서 언어폭력의 심각성에 이목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언어폭력이 물리적 폭력보다는 심각성이 덜하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언어폭력은 모든 폭력의 시작인만큼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28일 뉴스1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언어폭력이 물리적 폭력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옥식 청소년폭력연구소 소장은 "언어 속에는 한 사람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어서 언어폭력이 시작되면 다른 폭력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청소년들의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봐도 언어폭력이 가장 많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어폭력이 실제 물리적 폭력이나 사이버 폭력으로까지 이어지고 내성적인 청소년은 언어폭력으로 극단적 생각까지 하는 사례가 많아 매우 무섭고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언어폭력을 물리적 폭력보다 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인권의식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권위주의적인 시절에는 업무 수행 시 일정 수준의 언어폭력을 필수불가결하게 여겼던 시대가 있었지만 민주화 후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 교수는 "언어폭력 피해자들이 정신적 충격으로 일상생활을 못 하는 정도까지 오면 이런 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양나래 법무법인 라온 변호사도 "사소한 언어폭력이라도 끊임없이 말이나 문자 등으로 일정 기간 지속되고, 그 기간에 피해자가 꾸준한 고통을 호소했다면 물리적 폭력만큼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언어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계도와 처벌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학교나 직장에서 '바른말 쓰기'를 의식적으로 하거나 높은 수준의 벌금 등으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옥식 소장은 "학교폭력 ‘제로’(0)인 학교가 있는데 이 학교에서는 선생님들과 학생들끼리 존대말을 쓰는 운동을 했다"며 "우리 사회 곳곳에서 존대말 쓰기 등 바른 언어 사용하기 운동 등이 이뤄진다면 언어폭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운택 교수는 "독일은 헤이트스피치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런 강제적인 수단을 통해서라도 사회의 공기(公器)인 언어가 흉기로 변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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