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며 54억원을 횡령한 직원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이규훈)는 지난 9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05년 인천에 있는 한 중소기업에 입사해 경리 담당 직원으로 일하며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5년4개월간 54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회사는 지난해 3월에서야 A씨 횡령 사실을 인지하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A씨는 본인 명의 통장 등에 회삿돈을 이체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렸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10일 항소한 상태다.
A씨 사례처럼 회삿돈을 횡령했다 적발된 사례는 2021년 말부터 이어지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이 대표적이다.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으로 일했던 이모(46)씨는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15차례에 걸쳐 회사 계좌에서 본인 명의 증권 계좌로 2215억원을 이체한 뒤 주식 투자와 부동산 매입 등에 쓴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4월엔 우리은행 직원 횡령 소식이 충격을 줬다.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했던 전모(44)씨는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회삿돈 614억여원을 빼돌려 주가지수옵션 거래 등에 쓴 혐의를 받았다. 전씨는 1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이외에도 △계양전기(246억원) △강동구청(115억원) △건강보험공단(46억원) △새마을금고(40억원) △아모레퍼시픽(35억원) △클리오(18억원) 등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의 횡령 사건이 지난해 연이어 터졌다. 이번 달에도 오뚜기 전·현직 직원 3명이 ‘1+1’ 등 홍보 마케팅용 상품 10억여원 어치를 빼돌린 뒤 개인적으로 판매한 사실이 뒤늦게 적발됐다.
일각에선 횡령 범죄를 막기 위해 형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법관들이 양형 판단 시 참고하는 양형기준엔 횡령·배임죄의 최대 범죄이득액이 ‘300억원 이상’으로만 규정돼 있는데, 300억원 이상 횡령했을 시 가중처벌을 받더라도 권고 형량은 7~11년에 불과하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횡령·배임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비율은 47.5%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지난해 2월 작성한 보고서에서 “횡령·배임죄의 형량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 위반 동기를 원천적으로 억제할 필요가 있다”며 “회사의 신뢰도 하락으로 인한 주가 폭락, 상당수 주주의 피해를 야기하는 상장회사의 횡령·배임죄에 대해 어느 정도의 형량이 합리적일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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