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소비가 전월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5개월 연속 소비가 감소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아울러 7월 생산, 투자도 동시에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세 지표가 모두 하락하는 이른바 ‘트리플 감소’ 현상이 3개월 만에 다시 발생했다. 우리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중국 경제가 봉쇄조치 등의 여파로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다 대내적으로는 고물가가 소비의 개선 흐름에 발목을 잡고 있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17.9(2015년=100)로 전월보다 0.3% 줄었다. 소비 감소는 올해 3월(-0.7%), 4월(-0.3%), 5월(-0.1%), 6월(-1.0%)에 이어 다섯 달째 이어졌다. 소비가 5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소매 판매 관련 통계 작성이 이뤄진 1995년 이후 처음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 감소에는 화장품, 음식료품, 가전제품 판매가 준 것이 영향을 미쳤다. 화장품의 경우 중국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면세점을 중심으로 소비가 감소한 것이 원인이 됐다. 또 방역조치 해제로 외부활동이나 외식이 늘면서 가정 내 음식료품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제품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내 생활이 늘면서 소비가 증가한 측면이 많았는데 거리두기 해제로 조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물가 상승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점도 소비 감소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통계청은 서비스 소비를 고려한 전체 소비는 개선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재화 43%, 서비스 56% 정도 된다"며 "소매판매가 소비 전체 데이터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7월 전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7.9(2015년=100)로 전월보다 0.1%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은 4월(-0.9%) 감소했다가 5월(0.7%), 6월(0.8%) 두 달 연속 증가를 기록했으나, 7월에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도체(-3.4%), 기계장비(-3.4%) 등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1.3%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서비스업 생산은 숙박·음식점(4.4%) 등이 호조를 보이면서 0.3% 증가했다.
반도체 재고가 쌓이면서 제조업 재고/출하 비율(재고율)도 125.5%로 전월보다 1.3%포인트 올랐다. 이는 2020년 5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와 기계류 투자가 모두 줄면서 전월 대비 3.2% 감소했다. 건설기성도 토목 공사 실적 감소로 전월 보다 2.5% 감소했다.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감소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3개월 만이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1.8로 전월보다 0.5포인트(p) 올랐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로 0.3포인트(p) 하락했다. 세계적 통화 긴축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융 지표들이 부진했던 영향이 컸다. 어 심의관은 “금융시장의 경우 기대형성이 빨리 이뤄지니까 어떤 호재가 있다면 바로 조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한 달 사정을 갖고 앞으로 나빠질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진 않다”며 “긍정적 요인하고 부정적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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