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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루나·테라 대폭락 사건의 민·형사 책임 [알아야 보이는 법(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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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7 13:00:00 수정 : 2022-06-27 09: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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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와 테라는 한국인 개발자가 만든 암호화폐입니다. 시가총액이 55조원에 달하는 등 한때 전 세계 암호화폐 중 10위 내에 들었지만, 지난달 충격적인 대폭락을 겪었습니다. 개당 10만원을 넘었던 루나 코인은 한순간에 1원도 되지 않는 수준까지 내려갔습니다. 이렇게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준 암호화폐의 발행사 테라폼랩스의 대표에게 민·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테라 측은 그간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홍보했습니다. 프로그램이 언제든지 테라 1개를 미국 1달러어치의 루나로 교환해주어서 테라 1개가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한다는 논리입니다. 이를 ‘알고리즘형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테라가 1개 있다고 가정할 때 모든 루나를 다 모아도 1달러의 가치가 안 된다면 테라 1개를 1달러어치의 루나로 바꾸어줄 수 없습니다. 즉 루나의 시가총액이 테라의 시가총액 아래로 추락하면 알고리즘으로 테라의 가치를 1달러로 유지할 수 없는 취약점이 있습니다.

 

한편 테라폼랩스는 은행과 비슷한 ‘앵커 프로토콜’에 사용자가 테라를 예치하면 연 20%가량의 높은 이자를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예금에 너무 많은 이자를 지급하다 보니 대출로 벌어들이는 이자 등으로는 지급할 이자를 충당할 수 없어 적자가 쌓이게 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결국은 새로운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폰지 사기’의 구조가 되어버리는 문제가 있었지만, 워낙 이자율이 높다 보니 전체 테라의 절반 이상이 앵커 프로토콜에 예금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시장에 테라를 한꺼번에 대량으로 매도해 그 가격이 1달러를 유지하지 못한 채 아래로 떨어지자 투자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공포에 너도나도 앵커 프로토콜에 넣어뒀던 테라를 인출해서 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했습니다. 알고리즘도 폭락을 막지 못하고 루나와 테라가 서로 가격을 끌어내리는 ‘죽음의 나선’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아직 루나와 테라 대폭락 사태의 사실관계가 완벽하게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테라폼랩스 대표가 루나를 몰래 대량으로 찍어내 팔았다는 등의 새로운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보안업체는 테라에 치명타를 입힌 ‘공격자'로 지목받고 있는 ‘암호화폐 지갑’이 사실은 테라폼랩스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사실관계가 계속 밝혀지는 중이고,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건의 결론을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가정적으로 민·형사 책임을 검토해볼 수는 있겠습니다.

 

현재 테라폼랩스 대표를 둘러싸고 논의되고 있는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 유사수신행위, 사기 등입니다. 자본시장법이 적용되려면 테라 등이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가상자산을 이로 인정한 사례는 없어서 이 법이 적용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하려면 장래에 원금 이상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금전’을 받아야 하는데, 앵커 프로토콜이 테라를 예치 받고 연 20%가량의 이자를 지급했더라도 암호화폐가 ‘금전’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행위라고 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암호화폐가 개입되어 있더라도 ‘금전’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다른 사정과 결합한다면 유사수신행위라고 볼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최근 하급심에서 암호화폐를 받았는데도 유사수신행위를 인정한 판결들이 나오고 있으므로, 디파이 업체들의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됩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를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해야 성립됩니다. 사기 또는 배임 행위로 취득한 재산상 이익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가중처벌을 받습니다.

 

만약 ▲루나와 테라를 발행해 투자자들을 유치하면서 가치가 폭락하게 되는 알고리즘 취약점을 속였거나 ▲백서 등을 통해 고지한 것과 달리 루나의 발행량을 속였거나 ▲연 20%에 달하는 수익률이 보장될 수 없는데도 이를 속였다는 등의 사정이 입증된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또 만약 루나를 몰래 대량으로 찍어내거나 테라를 대량으로 매도하는 등으로 스스로 대폭락 사태를 촉발한 것이라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다만 실제 처벌이 가능할지는 앞으로 밝혀질 사실관계와 증거 확보에 달려 있습니다. 미리 자금을 빼돌리는 등 고의성을 뒷받침할 정황이 있는지도 살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사기죄나 배임죄가 성립한다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역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하지만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이 되지 않는다면 과실로 손해를 입혔다는 점을 피해자들이 입증해야 할 것입니다. 또 만약 사건 후 ‘루나 2.0’으로 교환을 받았다면 그러한 사정이 손해배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법무법인(유한) 바른 디지털자산혁신산업팀 김추 변호사 chu.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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