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환경 문제·김범석 의장 사임 논란 겹쳐

지난 17일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 온라인에서 쿠팡 불매·탈퇴 운동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쿠팡의 어정쩡한 사고 대처에 최근 수년간 논란이 된 노동환경 문제에 김범석 이사회 의장의 사임 논란까지 겹쳐 쿠팡을 쓰지 않겠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쿠팡 불매·탈퇴 움직임은 화재 진압에 투입됐다가 실종된 경기 광주소방서 소속 김동식 119구조대장이 화재 발생 사흘째인 19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된 이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트위터에는 ‘쿠팡 탈퇴’가 이날 오후 2시쯤 ‘대한민국 트렌드 순위’ 4위까지 올랐고, ‘쿠팡 탈퇴’ 해쉬태그를 단 게시물은 오후 7시 2만800여개가 트윗됐다.
이번 화재에 대한 쿠팡의 늦장 대응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쿠팡은 사고 발생 32시간이 지난 18일 오후에야 공식 사과했다. 강한승 쿠팡 대표가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몹시 송구하다. 피해를 입은 많은 분께 사과한다”고 했으나 사과 자체가 너무 늦었고, 쿠팡의 실질적 경영권을 갖고 있는 김범석 의장이 직접 사과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공교롭게 사고 날짜와 겹친 김 의장의 국내 직책 사임도 논란이다. 쿠팡은 17일 새벽 화재가 발생한 지 5시간 뒤에 김 의장이 쿠팡 국내 법인 의장·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며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쿠팡은 이미 지난달 말에 확정된 내용을 이날 발표한 것 뿐이며, 화재 사고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사고를 수습한 이후에 발표해도 됐던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 의장의 국내 직책 사퇴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과도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더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김 의장이 배송 기사 과로사 문제 등 쿠팡 노동자 문제와 관련한 이슈를 회피하기 위해 국내 직책을 내려놓은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김 의장은 지난해 과로사 문제로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은 뒤 같은 해 12월 공동대표이사직을 던진 적이 있다. 쿠팡 물류센터와 외주업체 등에서 노동자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음에도 김 의장은 단 한 번도 직접 사과한 적이 없다. 쿠팡은 올해 초 미국 증권 시장 상장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기업 경영의 주요 리스크 중 하나로 꼽았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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