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수사 지체” 소집신청 결정
사실상 檢 수사 압박 카드로 활용
실제로 심의위 열릴지는 미지수

고(故) 김홍영 전 검사의 유족 측과 변호인단이 김 전 검사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전직 부장검사를 형사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한다. 해당 사건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10개월째 답보 상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에 계류돼 있는 김대현(52·사법연수원 27기)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의 폭행 및 강요 등 혐의 고발건에 대해 오는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신청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전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로 구성된 변호인단과 유족 측이 같은 사건에 대해 각각 수사심의위를 신청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소집 신청서가 접수되면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이 사건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에 넘길지 논의하게 된다.
김 전 검사의 변호인 측은 수사심의위 신청에 대해 “수사가 크게 지체돼 기소·불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년 동안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으로 김 전 검사를 2016년 5월 자살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그러나 지난해 11월 사건 배당 뒤에도 단 한 차례 고발인 조사만 했을 뿐 기초 조사인 피고발인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부장검사의 혐의는 과거 판결문에도 언급된 바 있다. 김 전 부장검사는 감찰을 받고 해임당한 이후 법무부의 결정에 반발해 해임취소 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망인이 자살을 한 주요 원인은 원고의 폭언과 비인격적 대우로 인한 인격적 모멸감 때문”이라고 판시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해임 후 3년’이라는 변호사 개업 조건을 채운 뒤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강남구에 사무실을 차리고 법조계로 돌아왔다.
수사심의위 신청은 검찰 측에 압박을 가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일례로 지난달 서울북부지검은 서울 노원구의 한 사찰에서 지적장애인을 30여년간 학대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를 불구속기소했다. 소위 ‘사찰노예’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지난 1월 검찰에 일부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뒤 계류됐다. 이에 변호인단이 수사심의위 신청을 하는 등 공론화한 후 검찰이 뒤늦은 기소에 나섰다.
해당 사건을 맡은 최정규 변호사는 “(수사심의위 신청 뒤) 사건 담당 수사 검사로부터 ‘이걸 꼭 유지해야겠느냐’는 전화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수사심의위가 실제로 열릴지는 미지수다. 제도가 도입된 2018년 이후 10차례 열린 수사심의위 중 7건을 검찰이 신청했고, 3건만이 사건 관계인에 의해 소집됐다. 3건 중 2건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한동훈 검사장 측이 신청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내부 비위에 대한 수사 의지를 보여줘야 고의적인 수사 지연이라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빠른 수사를 촉구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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