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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지만 잘 모르는 강박 증상의 모든 것

입력 : 2020-08-08 03:00:00 수정 : 2020-08-07 18: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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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주인공 특성 전형적 강박장애
사람은 누구나 약간의 강박증
일상생활 지장 땐 치료 받아야
권준수/올림/1만6000원

나는 왜 나를 피곤하게 하는가/권준수/올림/1만6000원

 

1998년 개봉된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주인공 멜빈 유달(잭 니콜슨 분)은 로맨스 소설 작가다. 뒤틀리고 냉소적인 성격인 멜빈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경멸하며, 신랄하고 비열한 독설로 그들을 비꼰다. 그의 강박증(obsession)은 유별나다. 길을 걸을 땐 보도블록의 틈을 밟지 않고,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뒤뚱뒤뚱한다. 식당에 가면 언제나 똑같은 테이블에 앉고, 가지고 온 플라스틱 나이프와 포크로 식사한다. 이러한 신경질적인 성격 탓에 모두 그를 꺼린다. 멜빈이 보이는 이런 특성들은 강박장애 환자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증상들이다.

‘나는 왜 나를 피곤하게 하는가’는 서울대 권준수(사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멜빈과 같은 장애로 자신을 못살게 구는 이들을 위한 강박증 안내서라 할 수 있다. 1998년에는 국내에서 최초로 강박증클리닉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그는 흔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뇌의 딸꾹질’로 불리는 강박 증상의 모든 것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에 따르면 주변에서는 사소한 것으로 여기지만 이러한 강박 증상은 일과 인간관계 등 삶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강박 장애의 증상은 크게 특정 생각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서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맴도는 ‘강박사고’와 특정 행동을 계속 반복하게 되는 ‘강박행동’으로 구분된다. 강박사고가 주된 경우가 있는가 하면, 강박행동이 더 비중이 큰 사람도 있고, 두 가지 모두가 함께 뒤섞여 있는 이들도 많다. 자신의 손이 오염되거나 병이 옮을까 두려워 사무실 문 손잡이를 만지지 못한다든가, 특정 주제의 성적인 내용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저자는 “나를 피곤하게 하는 것은 ‘나 자신’인 경우가 많다. ‘내가 나를 피곤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강박증”이라 정의한다.
게티 이미지 뱅크

영화 속 멜빈의 경우처럼 어떤 특정한 자신만의 규칙을 지키는, 이를테면 보도블록의 선을 밟지 않는 것이나 물건을 항상 대칭으로 놓거나 잠긴 것을 이미 알고 있고 그게 매우 불편하면서도 문이 계속 잠겼는지를 확인하는 경우와 같은 행동들이 이에 해당한다. 손을 계속 씻는 것과 같이 청결에 집착하는 행동 등 매우 다양한 증상들을 보인다.

사실 이런 강박 증상을 얘기하면 적지 않은 이들이 “그것 내 얘기다!”라고 말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이들이 강박 증상을 호소한다. 그러나 강박 사고나 강박 행동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강박 장애는 아니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정도가 심하지는 않더라도 일반인 중에도 상당수에서 약간의 강박 사고나 강박 행동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강박 사고나 행동이 멜빈처럼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 대인관계, 직업적 기능 등에 상당한 지장을 가져올 때 강박 장애로 진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강박 증상의 유형은 주변의 더러운 것에 대한 공포와 걱정이 생기는 ‘청결강박 행동’, 많은 것에 의심과 이에 따라 확인을 해야 하는 ‘확인강박행동’, 우유부단하게 우왕좌왕하는 ‘반복행동’, 물건이 늘 제자리에 가지런히 있어야 하는 ‘사물정렬 행동’ 등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치료의 방법으로 위험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게 하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고 백화점에 가지 않을 수 없고, 성수대교 붕괴 때문에 불안하다고 한강 다리를 건너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불안이란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인간의 행동에 불안이 동반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는 행동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증상에 따라 약물치료와 인지 행동치료를 병행하지만 무엇보다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외출할 때에도 마스크를 끼고 집에 와서는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꼼꼼히 씻고 비위생적인 것에 대한 경계는 강박 증상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유용한 습관이다. 그러나 코로나19에 과도한 공포를 갖고 병원에 온몸에 비닐로 감싸고 오거나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도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나 충동이 자꾸 떠오르고 이로 인해 불안을 느끼고,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 반복적으로 일정한 행동을 장기간 반복하면 의심해야 한다.

책 1부 나는 왜 나를 피곤하게 하는가, 2부 나는 왜 나를 통제하지 못하는가, 3부 나는 피곤하게 살고 싶지 않다 등 총 3부로 구성됐다. 말미에 ‘강박 증상 체크리스트’도 담고 있다. 다양한 상황에 대한 강박 증상을 잘 설명해줄 뿐 아니라 우리 생활에서 나타나는 강박 증상인 쇼핑중독, 건강염려증, 몸매에 대한 과도한 집착, 머리뽑기, 틱 장애 등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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