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국산 훈련기, 20여 년 만에 첨단 기종으로 바뀌나 [박수찬의 軍]

관련이슈 박수찬의 軍 , 디지털기획

입력 : 2020-07-11 12:00:00 수정 : 2020-07-12 15:23:49

인쇄 메일 url 공유 - +

공군 KT-1 훈련기 편대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에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조종사 양성을 국산 항공기로 진행하는 나라다. 입문과정(KT-100), 기본과정(KT-1), 고등과정(T-50), 전술입문과정(TA-50)에 쓰이는 항공기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비롯한 방산업계가 1980년대부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기존 훈련기 성능개량과 신규 개발에 나서는 동안 KT-1과 T-50은 개발된 지 15~20여년이 지났는데도 별다른 성능개량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같은 기조는 2018년 미 공군 고등훈련기(APT) 사업에서 T-50이 패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공군도 내부적으로 성능개량과 신규도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능개량 속도를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능개량 고민하는 공군

 

공군은 지난 5월 ‘국내개발 항공기 성능개량 및 관리(대체)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공군본부 항공우주전투발전단 명의로 작성된 연구용역 입찰공고에는 국내 개발 항공기로 KT-100, KT/KA-1, T-50, TA-50, FA-50을 명기했다. 이 기종들은 KAI가 생산하는 항공기다.

공군 FA-50이 훈련을 위해 이륙 대기 상태로 활주로에 머물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공군은 공고문에서 “국내개발 항공기의 장기간 운용에 따른 성능개량과 신규도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F-35A와 한국형전투기(KF-X) 도입에 따른 훈련기의 성능개량 필요성과 미래 전력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성능개량 시기를 판단해야 한다”며 연구용역 결과를 적절한 시기에 성능개량 소요를 제기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대 이후 미래 공군력 운용에 대한 고민도 엿보인다. 공군은 “훈련기에서 전투기까지 국내 개발된 항공기에 대한 전반적 관리방안을 연구한다”고 언급했다. 

 

질적으로는 F-35A와 F-15K, KF-16 등 미국산 전투기가 공군의 주력이지만, 수적으로는 KT-1과 T-50 계열을 포함한 국산 항공기가 다수를 차지한다. 현재 운용중인 국산 항공기의 잔존가치와 운영비를 토대로 성능개량 필요성과 시기를 점검하는 것은 공군력 구조를 유지하는데 필수다.

 

KT-1과 T-50을 대체할 훈련기 개발을 준비하는 성격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T-7A를 비롯해 훈련기를 새로 개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군 FA-50 편대가 공중초계비행을 실시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만은 지난달 자체 개발한 차세대 고등훈련기 시제기 융잉(勇鷹)의 첫 비행에 성공했다. 2016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지시로 686억 대만달러(2조8000억원)을 투입, 국산 전투기 IDF를 기초로 개발된 융잉 훈련기는 AT-3 고등훈련기와 F-5 전술입문훈련기를 대체해 F-16V 등 최신 전투기 조종 훈련을 지원한다. 대만 공군은 2026년까지 66대를 배치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사는 M345와 M346FA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경전투기인 M346FA는 중남미를 중심으로 근접항공지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훈련용 항공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됐다. 고등훈련기의 특징을 갖고 있지만 전투기보다 적은 비용으로 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레오나르도사가 개발한 사격통제레이더도 탑재했다.

 

중등훈련기와 공격기의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M345는 터보프롭 항공기보다 운영유지비가 저렴하다는 점을 앞세워 시장 공략을 진행중이다. 이탈리아 공군이 도입해 1982년부터 운용한 MB-339 훈련기를 대체할 예정이며, 다른 국가들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상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공군 KT-100 훈련기가 훈련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T-50A 등 첨단 기술 추가될 가능성

 

국산 항공기 성능개량이 현실화되면, T-50 계열이 가장 먼저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T-50A과 TA-50 블록2라는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미 공군 훈련기 사업 당시 KAI는 록히드마틴과 함께 미 공군에 T-50A를 제안한 바 있다.

 

F-35, F-22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사용하는 전술훈련과 공중급유 훈련 등을 할 수 있는 훈련기가 요구됐다. 

 

T-50A는 이같은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전자장비와 훈련용 소프트웨어를 개량하고 공중급유구를 신설했으며, 연료탱크를 추가 장착해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대만의 신형 잉융 훈련기가 선보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TA-50 블록2는 기존 전술입문용으로 운용중인 TA-50보다 조향 기능과 야간임무수행능력 등이 향상됐다. 전투 훈련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기동성이 강화된 FA-50 형상이 적용됐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KAI와 TA-50 20대 및 군수지원체계를 2024년까지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T-50 계열의 성능개량이 실제로 진행될 때. T-50A와 TA-50 블록2에 적용된 기술을 활용하면 전력화 시기를 앞당기면서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KT-1도 대대적인 성능개량이 불가피하다. 스위스 필라투스 PC-9을 비롯한 해외 경쟁기종들이 성능개량을 거듭하면서 항공작전 변화 추세에 부응한 것과 달리 KT-1은 별다른 성능향상이 이뤄지지 못해 부품 단종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KT-1은 구형 아날로그 계기를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고 단종되거나 수명주기가 도래한 부품을 교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상위치신호발신기, 공중충돌방지장치, 데이터링크 등을 추가 장착하거나 엔진 출력을 높이는 등의 개량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항공통제기인 KA-1은 근접항공지원(CAS) 능력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FA-50은 물론 육군의 드론봇(드론+로봇)이나 AH-64E 공격헬기 등과 중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14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공군 항공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공군은 KC-330 공중급유기와 F-35A가 전력화됐고, KF-X도 10년 안에 실전배치된다. 첨단 군용기 도입 증가로 기존 훈련기로는 조종사 양성에 한계가 있었던 미 공군의 전례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미국산 전투기 도입에 몰두했던 공군은 이 문제를 외면해왔다.  

 

2000년과 2005년 실전배치된 KT-1, T-50의 수명은 2041년과 2045년까지다. 항공기는 전체 수명주기의 절반쯤 되는 시기에 성능개량을 진행한다. 성능개량을 하려면 사전 준비에만 8년이 걸린다.

 

이를 감안하면 2013년을 전후로 성능개량 사업을 위한 소요제기와 사업추진기본계획 등이 수립되어 올해부터 실제 사업을 진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미 공군 훈련기 수주 실패 전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KT-1과 T-50은 공군의 조종사 양성 체계를 혁신한 일등 공신이다. 하지만 F-35A와 KF-X 도입이 진행되는 2020년대 공군 전력 유지를 위해서는 기존보다 한 단계 향상된 성능을 갖춘 훈련기가 필요하다. 첨단 기종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조종사가 제때 양성되지 않으면 전투력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F-35A만 바라보는 공군의 태도 변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앳하트 서현 '여신 미모'
  • 앳하트 서현 '여신 미모'
  • 엄정화 '반가운 인사'
  • 이엘 '완벽한 미모'
  • 조여정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