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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관 쫓겨난 美해군… 육군서 장관대행 빌려와

입력 : 2020-04-10 06:00:00 수정 : 2020-04-09 21: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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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은 대통령에 반기 들었다 ‘경질’ / 차관은 항모 코로나19 사태에 ‘사임’ / 해군장관 직무대행에 현직 육군차관

전 세계에서 미국 해군의 최대 라이벌은 다름아닌 미국 육군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전쟁 같은 국난 시에는 육·해군이 똘똘 뭉쳐 국익을 위해 싸우지만 정작 평시에는 적국보다 더 사이가 나쁜 게 미 육군 대 해군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그렇게 자존심 강한 미 해군이 장차관 모두 공석이 돼 육군에서 장관 직무대행을 빌려오는 처지에 내몰렸다. 1775년 창설돼 245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 해군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처드 스펜서 전 미국 해군 장관(왼쪽)과 토마스 모들리 전 해군 차관. 두 사람이 모두 물러나면서 미 해군은 장차관 자리가 모두 비는 사상 초유의 지휘부 공백을 맞았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9일 외신에 따르면 토머스 모들리 미 해군 장관 대행이 최근 벌어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승조원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내 백악관에서 수리됐다. 모들리 장관 대행은 “승조원들의 생명을 구하려면 전원 하선시켜야 한다”고 요구한 항모 함장 브렛 크로저 대령을 전격 경질하며 “순진하다”, “멍청하다” 같은 막말로 그를 비난했는데 이것이 여론의 ‘역풍’을 맞은 것이다.

 

모들리 전 장관 대행은 직책명에서 알 수 있듯 정식 해군 장관이 아니다. 원래 해군 차관이었던 그는 지난해 11월 해군 장관이 공석이 된 뒤로 약 5개월간 장관 직무대행을 맡아왔다.

 

리처드 스펜서 전 해군 장관은 윤리 문제를 일으킨 해군 특수전 부대 부사관의 해임을 추진하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에 부딪혔고 그래도 강행을 하려다가 결국 ‘항명’의 딱지가 붙은 채 경질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 해군 장관 후보자로 케네스 브레이스웨이트 노르웨이 주재 미국 대사를 지명했으나 아직 미 상원의 인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제임스 맥퍼슨 미국 육군 차관. 해군 지휘부가 초토화하면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해군 장관 직무대행에 지명됐다. 미 육군 홈페이지

장관이 날아가고 장관 대행을 하던 차관마저 내쳐지면서 미 해군은 사상 초유의 지휘부 공백을 맞았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맥퍼슨 육군 차관을 해군 장관 대행으로 지명했다. 맥퍼슨 대행은 비록 육군의 민간 관료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긴 하나 젊은 시절 해군에서 현역 군인으로 복무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맥퍼슨 장관 대행의 경력과 무관하게 육군 차관이 해군을 사실상 ‘접수’한 모양새가 됐으니 해군 장병들로선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가뜩이나 항모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신경이 예민해졌는데 지휘부마저 ‘쑥대밭’이 됐으니 사기는 뚝 떨어졌다.

 

결국 현역 군인 가운데 ‘서열 1위’인 마이클 길데이 해군참모총장이 장병들을 다독이고 나섰다. 길데이 참모총장은 해군 장병들에게 보낸 지휘서신에서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은 해군에게나, 우리 조국에게나 참으로 곤혹스러운 일”이라며 “그래도 해군에는 엄연히 지휘체계가 있고 우리는 그 명령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모들리 장관 대행의 ‘낙마’로 이어진 항모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를 의식한 듯 “우리는 장병 여러분의 건강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다짐한 길데이 참모총장은 “여러분의 참모총장이라는 게 지금처럼 자랑스러웠던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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