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간헐적 누드'를 아시나요"… NYT, 나체주의 삶 집중조명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오늘의 HOT 뉴스

입력 : 2020-02-05 14:46:20 수정 : 2020-02-07 17:37:57

인쇄 메일 url 공유 - +

나체로 달걀 프라이를 부치고 고기를 굽거나 야채를 볶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야한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거나 기름이 맨살에 튀면 어쩌나 싶은 걱정부터 된다면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소개한 나체 주의자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 

 

NYT가 소개한 나체주의자들의 모습

NYT는 4일(현지시간)자에 ‘나체로 요리하는 즐거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내 거주하는 나체 주의자들의 생활을 집중 조명했다. 기사는 20년 넘게 홀딱 벗은 채로 요리했다는 케린 맥멀린씨 사례로 시작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나체로 요리한다고 하면 기름이 튀어서 화상을 입는 등 위험한 점부터 떠올리지만 의외로 장점이 많다는 게 맥멀린씨의 주장이다. 그는 나체주의자적 삶을 오롯이 껴안음으로써 자신의 느낌과 감정이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베이컨을 튀겨본 사람은 안다. 얼마나 많은 기름이 프라이팬에서 튀는지. 맨몸으로 가스레인지 앞에서 베이컨을 튀겨도 정말 괜찮은 걸까. 맥멀린은 “진실을 말하자면, 미리 익혀나온 베이컨을 사서 전자레인지에 돌린다”고 말했다. 

 

맥멀린처럼 나체주의자를 지향하는 이들은 2011년 기준 1000만명 정도라고 하다. 와이 파트너십·해리슨그룹이라는 마케팅 업체가 조사한 가장 최신 통계다. 언제, 어디서 이런 나체주의가 생겨난 걸까. 일부 역사가들은 나체주의 근원을 18세기 유럽에서 찾는다. 당시엔 건강 증진 차원에서 온몸을 신선한 공기와 햇볕에 노출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19세기 독일을 그 뿌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한다. 산업화시대에 지친 이들이 더 단순하고 자연에 가까운 삶을 추구하면서 나체주의 흐름이 발원됐다는 것이다. 

 

이들 독일인이 20세기 미국으로 이민 오면서 나체주의를 구현한 리조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고 NYT는 전했다. 현재 맥멀린같은 나체 주의자는 미국 전역에 분포한다고 한다. 짐작할 수 있듯, 따뜻한 기후 지역에 대부분 몰려있다. ‘미국 나체 레크리에이션’ 협회의 에릭 슈타우트 사무총장은 나체주의에 동참한 이들의 특성이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2017년 기준 미 남부 플로리다주의 경우 누드 리조트는 34곳이고 여길 방문한 이들은 220만 규모라고 한다. 미 일간 시카고 트리뷴이 최근 나체 주의자들의 삶을 다룬 기획 기사를 내보낸 것도 놀랄 일이 아닌 셈이다. 글로벌 미식 잡지인 보나페티(BON appetit·프랑스어로 ‘맛있게 드세요’의 의미)‘가 ‘나체 식사 때 지켜야 할 9가지 규칙’이 실린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선 벌거벗은(naked) 과 휴가(vacation) 의미가 합쳐진 ‘nakation’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우리말로 옮기면 ‘간헐적 누드’쯤 될듯한데 휴가나 방학 땐 누드로 지낸다는 의미라고 한다. 

 

나체로 생활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엄청난 자유로움을 맛본다고 입을 모은다. 나체 리조트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잭 클라크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화가에 비유할 수 있다”며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다 그릴 수 있는 화가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나체 리조트 내 레스토랑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자유로움은 뭘까. 드레스나 정장을 갖춰 입어야 한다는 드레스코드 같은 게 일단 없다. 맨몸으로 가면 되니까. 하지만 본인 의자에 깔고 앉을 수건은 반드시 챙겨가야 한다고 한다. 위생적 이유에서다. 나체 리조트에선 나체로 골프를 치고, 오물오물 도넛을 먹고, 배구도 하고, 애완견을 산책시키고 책도 읽는다. 이용객 대부분은 백인이다. 

 

올해 63세인 클라크씨는 나체주의 삶을 살면서 인생 자체가 확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나는 원래 매우 수줍고 내성적인 사람이었다”며 “주로 혼자 있는 걸 좋아했고 친구도 많지 않았는데 옷을 벗은 지 1초 만에 이런 게 싹 사라졌다”면서 “내 전체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평일엔 검안사로 일하는 클라크씨의 사무실엔 “지금은 벗을 시간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림프종 치료를 받은 올해 62세의 레티그 부인의 경우에는 종양이 부풀어 올라 팔이 꽉 끼지 않은 헐렁한 옷을 입어야 하는데 누드 바닷가에서 옷을 다 벗어 던지는 순간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다시 ‘베이컨’ 얘기로 돌아오면, 알몸으로 베이컨을 요리해도 괜찮으냐는 NYT기자의 질문에 대한 맥멀런씨의 답은 “베이컨에 관한 것이 아니다”며 “이건 자유에 대한 것”이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앳하트 서현 '여신 미모'
  • 앳하트 서현 '여신 미모'
  • 엄정화 '반가운 인사'
  • 이엘 '완벽한 미모'
  • 조여정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