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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여성들 ‘탈 히잡’ 움직임 가속화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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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01 22:00:00 수정 : 2020-02-01 15: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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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착용 논란 체스 국제심판 바야트 / ‘여성 권리’ 소신발언 이어 귀국 거부 /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망명 선언
키미아 알리자데 제누린

히잡을 억압과 편견이 아닌 ‘자유의지’의 상징으로 바꾸려는 이란 여성들의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들어 ‘탈히잡’ 움직임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히잡을 두르지 않을 자유를 외치는 이란 여성들에게 이미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지난 몇년 사이 이란의 히잡 풍경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외신에 포착되는 사진들을 보면 엄격한 복장 단속을 전담하는 도덕 경찰의 눈을 피해 히잡을 과감히 생략하거나 히잡을 두르더라도 머리가 절반 이상 보이게 뒤로 넘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법부가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 사진이나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신고하라고 하는데도 꺾이지 않을 기세다. 오히려 차도르(얼굴만 드러내고 몸 전체를 다 가리는 전통복장) 차림의 여성 수천명이 “자발적 히잡은 적의 계략이다”는 표어를 들고 집회에 나섰다.

최근엔 유명인들의 용기 있는 행보가 힘을 실었다. 이란의 저명한 체스 국제심판 쇼흐레 바야트(32)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4∼1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0 세계 여성 체스 챔피언십’에서 바야트는 히잡을 착용했음에도 쓰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사진이 찍혀 15일(현지시간) 이란 국영언론에 보도된 뒤 오해와 비난에 시달렸다. 히잡이 머리 끝에 걸쳐져 있는 다른 각도의 사진이 나왔음에도 이란 체스연맹은 바야트에게 사과문을 작성해 온라인에 직접 올리라고 요구했다. 이를 거부하고 다음날 아예 히잡을 벗어던지고 나타난 바야트는 “여성은 옷을 어떻게 입을지 선택할 권리가 있어야 하며 히잡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소신 발언과 함께 이란을 떠나기로 했다는 결심을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이란 사상 최초의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태권도 선수 키미아 알리자데 제누린(21)이 SNS를 통해 “당국이 시키는 대로 옷을 입고 말해왔다. 이란에서 수백만명의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을 견딜 수 없다”며 망명을 선언했다.

시린 에바디

이슬람 최초의 여성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인권 변호사 시린 에바디는 1979년 2월 12일 이슬람공화국의 이란을 탄생시킨 이슬람혁명이 여성들에게 “쓰디쓴 배신”을 안겼다고 자서전에서 밝혔다. 자유로운 복장을 하던 이란 여성들에게 난데없는 ‘히잡 강요’ 규정이 생긴 것이 이때다.

2500년의 왕정을 끝낸 혁명에 일조했다는 뿌듯함도 잠시, 그는 곧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에바디는 “나는 여성이었고 혁명의 승리는 나의 패배를 요구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의 충격에 대해 “위대한 대중 혁명이 군주제를 근대적 공화제로 바꾸어놓은 후에 법무부 감독관이란 사람이 여성 판사로서 혁명에 적극 동참한 나에게 머리를 가리라는 요구나 하고 있었다”고 서술했다.

 

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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