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은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 ‘포노 사피엔스’로도도 불린다. 조금이라도 멈춰 있고 무료한 시간을 견디지 못해 스마트폰을 손에 놓지 못한다. 밥을 먹을 때도 심지어 운동을 하면서도 손에서 놓지 못한다. 포노 사피엔스들은 무엇보다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원하는 정보와 자극적인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고 깊이 생각하고 알아야 할 게 많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불편하다고 느낀다.
프레젠테이션 교육자인 저자는 ‘원픽’에서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는 예전의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설득의 시대’는 끝났고, ‘관심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더는 사람들이 참을성 있게 기승전결을 기다리며 듣지 않는다. 게다가 고작 10분도 안 되는 시간에 상대의 생각을 바꾸도록 설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제 필요한 건 사람의 관심을 끄는 강력한 한 방, ‘킬링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복잡한 머릿속에서 단 하나의 메시지를 집어내는 기술을 말한다.

저자는 책에서 성공했던 프레젠테이션은 물론 확실한 킬링 메시지로 대중들을 사로잡은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킬링 메시지를 뽑아내는 법을 설명한다. PT뿐 아니라 광고, 책 제목, 노래 가사, 대선 공약, 대학 홍보 문안, 심지어 모텔 표지판까지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것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설탕물이나 팔면서 남은 인생을 보내고 싶습니까, 아니면 세상을 바꿀 기회를 붙잡고 싶습니까.”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펩시 CEO였던 존 스컬리를 애플로 영입할 때 던진 한마디로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다. 스컬리는 두둑한 스톡옵션을 챙겨 줄 거라는, 컴퓨터가 미래라는 설득 때문 아니라 오직 하나 ‘고작 설탕물이나 팔면서’라고 하는 설탕물(sugared water)이라는 단어에 무너졌다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킬링 메시지는 도처에 널려 있다.
‘그날의 피로는 연애로 푼다.’ 피로회복제 박카스의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는 카피를 패러디한 이 문구는 경기도 양평군의 모텔이 붙어 있다. 천편일률적인 ‘강(江) 조망, ‘최신시설완비’의 뻔한 문구 경쟁 속에 빛난다. 서울의 한식당에 걸려 있었던 문구 ‘손님이 짜다면 짜!’ 등 재밌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킬링 메시지를 집어내는 방법으로 “하나만 말하라, 하나만 보여 주라”고 설명한다. 청중의 뇌리에 깊이 박히도록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단 하나의 조건이 필요하다. 정말 미치도록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중학생도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저자는 킬링 메시지를 가장 잘 활용한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을 꼽는다. 절대 어렵게 말하지 않고, 하나의 메시지만 정확하게 전달하는 트럼프의 화법은 대중들의 뇌리에는 깊이 박히는 킬링 메시지의 훌륭한 예이다.
저자는 또 제안서 같지 않은 제안서를 강조한다. 경쟁입찰 제안서는 태생적으로 복잡하고 난해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위원들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는 한 제안서의 모든 내용을 인지하고 파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제발 보기 쉽게 보기 편하게 만들라’고 당부한다. 사례로 한전에서 발주하는 전기 검침 사업자를 선정하는 입찰 프레젠테이션 제안서를 들었다. 한 명의 심사위원이 적게는 5권에서 많게는 10권의 서로 다른 경쟁사들의 제안서를 펼쳐놓고 심사해야 하는 세상 재미없는 전기 검침 사업자 선정이란 점을 고려해 보기 쉽게 했다. 대부분의 평가위원이 중년 이상의 남자들이라는 점을 고려해 편안한 인상의 주부 모델 사진을 담아 제안서를 내는 ‘파격’을 보였다.

2011년 제주 영어교육도시에 개교한 ‘노스런던 컬리지에트 스쿨 제주’ 설명회 슬라이드 제작 의뢰를 받고 그는 슬라이드 표지에 ‘입학설명회’라는 통상적인 내용 대신에 몽환적인 느낌의 해변 이미지에 학교 로고만 넣어 “신선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저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고객과 클라이언트, 평가위원에게 뜻하는 바를 전달하기 위해 셀 수도 없는 프레젠테이션과 제안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과연 그중에 상대방의 눈과 귀에 작은 스크래치라도 낼 수 있는 메시는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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