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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언어실험 펼친 이단아... 현대사회의 허위와 위선 조롱” [2019‧2018 노벨 문학상]

입력 : 2019-10-10 23:15:00 수정 : 2019-10-10 23: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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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수상자 페터 한트케 작품세계
스웨덴 한림원의 심사위원들 내부 문제로 지난해 시상이 중단됐다가 올해 다시 발표한 노벨문학상 2명의 수상자는 예상대로 남녀 균형을 맞췄다.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와 폴란드 소설가 올가 토카르추크가 영예의 주인공들. 한국에도 작품들이 소개돼 있어 국내 독자들에게 낯설지 않은 작가들이다.

국내에 연극 ‘관객 모독’으로 1970년대부터 알려진 페터 한트케는 파격적인 문학관과 독창성으로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다양한 화제를 뿌려왔다.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매번 새로운 형식을 고안해내는 스타일이다.

한트케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오스트리아 그리펜의 소시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유년시절 대부분을 벽촌에서 보내며 전쟁과 궁핍 속에 자랐다. 스물아홉 살 되던 해에는 어머니가 건강 악화와 불행한 결혼생활을 비관해 자살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만의 감성을 응축해온 한트케는 그라츠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다가 1966년 첫 소설 ‘말벌들’을 출간한 후 학업을 중단했다. 이후 그는 전후 독일 문학계를 주도하던 ‘47그룹’ 모임에 참가해 파격적인 문학관으로 거침없는 독설을 내뱉으며 문단의 주목 대상으로 떠올랐다.

한트케를 일거에 유명작가로 주목받게 한 초기 작품은 치열한 언어 실험을 통해 글쓰기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 희곡 ‘관객 모독’이다. 1966년 초연 때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고, 오늘날까지 널리 공연되고 있는 이 작품은 새롭고 독창적인 문학의 가능성을 열었다. 한트케는 전통적 연극의 요소들을 뒤엎고 관객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음으로써 현대 사회의 허위와 위선을 조롱하고 풍자했다.

이후 그는 현대인의 불안을 다룬 실험 소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으로 명성을 이었다. 이 작품은 한때 유명했던 골키퍼가 건축 공사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하던 중 모든 것에 불안을 느끼다가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고 마는 이야기로, 사회와 타인으로부터 소외된 인간의 불안과 공포가 불러일으킨 극단적 범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주인공의 심상에 따라 무질서하게 흘러간다. 강박적인 말놀이를 통해 정체성을 상실한 채 소외된 현대인과 소통이 불가능한 현대사회의 불안한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1973년에는 독일어권에서 가장 중요한 문학상인 게오르크뷔히너상을 역대 최연소의 나이로 수상했고, 이후 실러상, 잘츠부르크 문학상, 오스트리아 국가상, 브레멘 문학상, 프란츠 카프라상 등을 거머쥐었다. 희곡 ‘카스파’ ‘관객 모독’, 소설 ‘소망 없는 불행’ ‘진정한 느낌의 시간’ ‘왼손잡이 여인’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어느 작가의 오후’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등 80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영화감독 빔 벤더스와 함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의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  페터 한트케는…
△1942년 오스트리아 그리펜 소시민 가정에서 출생 △1965년 그라츠대 법학과 수료. 연극배우 리브가르트 슈바르츠와 결혼 △1966년 독일 문학계 주도 ‘47 그룹’ 회합에 참석. 첫 소설 ‘말벌들’과 희곡 ‘관객 모독’ 출간 △1970년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출간 △1971년 부인과 헤어짐. 어머니 자살 △1973년 게오르크 뷔히너상 역대 최연소 수상 △1985년 잘츠부르크 문학상 수상 △1987년 빔 벤더스 감독과 공동 작업한 영화 대본 ‘베를린 천사의 시’ 발표 △1988년 오스트리아 국가상 및 브레멘 문학상 수상△2014년 국제입센상, 엘제 라스터 실러 상 수상 △2018년 네스트로이 연극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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