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남은 것은 호날두와 유벤투스가 한국팬들 앞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 호날두와 유벤투스 모두 과거 이미 한국을 찾아 경기를 펼친 적이 있지만 둘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12년 전인 2007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FC서울과의 친선전을 치렀던 호날두는 최고 선수에 걸맞은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당시 그는 경기에 선발로 출장해 선제골과 함께 두 개의 도움까지 추가하며 팀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지금까지도 호날두는 한국을 찾아 친선전을 벌인 해외 축구스타 중 가장 성의 있는 경기를 치른 선수로 손꼽힌다.
반면 유벤투스는 실망스러웠다. 2002 월드컵 유치 열기가 한창이던 1996년 여름 방한해 국가대표팀과 경기를 치른 유벤투스는 시종 무기력한 경기 속에 0-4로 대패했다. 당시 유벤투스는 1995∼1996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를 제패한 유럽 최강이었지만 불과 4일 전 UCL 결승에서 승리한 핵심 멤버들을 대부분 벤치에 앉혔고, 출전한 선수들은 잠실운동장을 가득 메운 한국 축구팬들의 열기에 휩쓸려 무기력했다.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 유벤투스의 방한은 이후 빠르게 잊혀졌다.

만약 2019년 다시 한국을 찾은 ‘호날두의 유벤투스’가 12년 전 호날두처럼 최선을 다할 경우 다소 느슨해질 수밖에 없는 친선전의 특성을 고려해도 경기는 충분히 뜨거워질 수 있다. 해외축구리그를 접하기 쉬워지며 유벤투스의 인기가 과거보다 한층 높아진 데다가 이들과 상대하는 K리그의 인기도 최고조인 덕분이다. 유벤투스의 세계적 스타들과 K리그 스타인 이동국(40·전북 현대), 조현우(28·대구FC) 등이 어우러져 그라운드에서 열정을 다해 대결하는 모습은 승패를 떠나 즐거운 볼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23년 전처럼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줄 경우 이는 유벤투스의 국내 인기는 물론 한창 물오른 K리그 흥행에까지 찬물을 붓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K리그는 이미 지난 2010년 리오넬 메시가 이끈 FC바르셀로나와의 방한 경기에서 아픈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수많은 팬의 기대 속에서도 메시를 단 15분만 뛰게 해 한국 축구팬들의 빈축을 샀다. 메시의 2골을 포함해 바르셀로나의 5-2로 끝난 이 경기는 이후 바르셀로나 선수단의 무성의한 모습 등이 속속 드러나며 논란이 됐고, 이 경기에 올스타팀을 내보낸 K리그 역시 함께 타격을 받았다. 다행히도 이번 유벤투스전은 계약 시 호날두를 45분 이상 출전시키기로 해 메시 때와 같은 출장시간 논란은 없을 예정. 여기에 유벤투스 스타들의 열정만 더해진다면 26일 밤은 즐거운 축제로 오랫동안 축구팬들의 기억에 남게 될 것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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