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은 진짜 빡쎈 거야. 결혼이 얼마나 빡쎈 거냐면 넬슨 만델라도 이혼했어. 만델라는 27년을 남아공 감옥에 갇혀 있었어. 매일같이 당하는 고문과 매질도 참아냈고, 40도가 넘는 사막에서의 강제노동도 견뎌냈어. 그 지옥 같은 27년간을 참아내고 감옥에서 나와 부인하고 6개월 지내고 이혼했다고.” 미국 코미디언 겸 배우 크리스 록의 유머다. 결혼생활에 얼마나 많은 인내심이 필요한지 말해준다.
미국 네바다주 리노는 1930년대부터 ‘이혼의 도시’로 유명했다. 부부 가운데 한쪽이라도 6주 동안 거주하면 간단히 이혼을 허가하는 법률 때문이다. 대공황기에도 호텔·하숙집이 줄지어 생겨날 만큼 ‘이혼 특수’를 누렸다. 이혼녀들 사이에 유행한 의식이 있었다. 법원 건물의 하얀 돌기둥에 립스틱 자국을 기념으로 남기고는 인근 트러키 강의 ‘한숨의 다리’에 올라 결혼반지를 강물에 던졌다. 마음속으로 행복한 제2의 인생을 기원하면서.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변치 말자”고 손가락 걸고 맹세하며 결혼을 하지만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100세 시대가 되면서 부부가 불만을 참고 살기엔 남은 인생이 너무 길어졌다. 황혼 이혼이 늘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된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혼인지속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이 3만6300건으로 전년에 비해 9.7% 늘었다. 혼인지속기간이 30년을 넘는 이혼 건수(1만3600건)도 10년 전보다 1.9배 급증했다. 자녀들이 자립하는 시점에 오랜 세월 쌓인 불만이 폭발해 이혼 서류를 내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성의 ‘반란’이 특히 심하다. “동창생 모임에 갔다온 아내가 시무룩하기에 남편이 이유를 물었더니 ‘친구들이 홀몸으로 즐기고 사는 모습이 부러워서’라고 하더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황혼 이혼이 새로운 행복을 찾기 위한 선택이라면 손가락질할 일은 아니다. 불행한 결혼을 하지 않으려면 반려자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러시아에 이런 속담이 있다. “전쟁터에 나가기 전엔 한 번 기도하고, 배 타러 가기 전엔 두 번 기도하고, 결혼하기 전엔 세 번 기도하라.”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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