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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5·18 망언' 대응에 자책골 연발하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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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8 15:38:26 수정 : 2019-02-21 16: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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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극우 인사 지만원씨가 ‘5·18 북한군 개입 여부 중심으로’란 주제 발표를 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자당 의원 3명(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이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희생자를 모욕한 망언을 퍼부은 뒤 자유한국당이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여권의 실책 등에 힘입어 반등하던 지지율이 추락한 데다 오히려 여권에 역공의 빌미를 주고 오는 27일 당내 최대 행사인 전당대회 흥행에도 찬물이 끼얹어진 형국이지요. 여기에는 김 의원 등 막말 장본인들뿐 아니라 당 지도부의 어설프고 물렁한 대응도 화를 키운 측면이 큽니다. 특히 누구보다도 사태 수습에 앞장서야 할 나경원 원내대표가 소방수 역할을 하기는커녕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듯 민심의 큰 흐름과 동떨어진 입장을 잇달아 내놓으며 성난 여론에 기름을 끼얹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김 의원 등의 망언이 나온 직후와 의원외교 대표단으로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 한 주요 발언을 보면 그렇습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뉴시스
◆‘3인방 망언’에 대한 당 차원 사과의 진정성 의심케하면 곤란한데···헛발질 잇따라

“일부 의원들의 발언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자유한국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높이 평가한다. 다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9일)

“일부 의원들의 발언이 5·18 희생자에게 아픔을 줬다면 그 부분에 유감을 표시한다”(10일)

“저희가 추천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 위원) 후보들은 위원 자격뿐 아니라 진상조사의 대상 범위에도 아주 적절하다.”(17일)

나 의원은 김 의원 등 ‘3인방의 5·18 망언’ 직후 거센 후폭풍이 당을 덮치자 사과의 뜻과 함께 당의 입장은 김 의원 등의 입장과 다름을 강조했습니다.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과 당의 공식 입장을 세세하게 전하면서요. 그러나 ‘다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거나 ‘5·18 희생자에게 아픔을 줬다면 그 부분에 유감을 표시한다’는 것처럼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표현을 함으로써 사과와 당의 입장에 대한 진정성에 많은 국민이 고개를 갸웃하게 했습니다. 한국당의 전신인 보수정권 때와 심지어 전두환 군사정권에서도 명확하게 정리된 ‘북한군 개입설’ 등 5·18관련 역사적 사실을 터무니 없이 왜곡한 의원들의 발언을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으로 보다니요. 같은 맥락에서 김 의원 등의 발언이 ‘5·18 희생자에게 아픔을 줬다면 그 부분에 유감을 표시한다’는 것도 사과의 진정성과 밀도를 확 떨어뜨립니다. ‘망언 3인방’의 언행이 단순히 5·18 희생자와 유가족에게만 아픔을 주고 충격을 안겼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당 내부와 보수진영에서마저 비판을 쏟아낼 만큼 광주시민은 물론 국민 다수의 역사인식과 민주주의 정서를 거스른 망언으로 실망감을 안기고 화나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망언 3인방을 애써 감싸는 듯한 모양새로 비쳐지며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붓고 말았습니다. 이번 망언 사태에 대한 나 원내대표의 인식이 같은 당인 권영진 대구시장에 비해서도 한참 못미친 것처럼 비쳐지는 이유입니다.

권 시장은 “저희 당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이 저지른 상식 이하의 망언으로 인해 5·18 정신을 훼손하고 광주시민에게 깊은 충격과 상처를 드렸다”며 “자유한국당 소속 대구시장으로서 (광주) 시민들에게 충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18일 오후 대구 엑스코 엑스코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대구 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5·18 진상조사 위원 ‘그대로 재추천’ 입장도 논란

여기에 나 원내대표가 “저희가 추천한 후보들은 위원 자격뿐 아니라 진상조사의 대상 범위에도 아주 적절한데 청와대가 거부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한국당 몫(3명)으로 5·18진상규명 조사위원에 추천했다가 자격요건 미비 문제로 거부당한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전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처장)과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를 재추천키로 한 것도 민심에 역행하는 처사란 비판을 자초했습니다. 그는 “(5·18 당시)헬기 기총소사 부분도 진상조사 범위이기 때문에 군 출신 경력자나 법조인 출신, 탐사보도 등 역사적 고증 작업을 한 언론인 출신도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재추천 사유를 설명했지만, 당장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정치권의 강한 반발을 불렀습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국당이 추천한 권 전 사무처장, 이 전 기자, 차기환 전 수원지방법원 판사 중 권 전 처장과 이 전 기자에 대해 자격 요건 미달을 들어 진상조사위원 임명을 거부한 바 있습니다.

위원 자격을 규정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7조’는 △판사·검사·군법무관 또는 변호사의 직에 5년 이상 재직한 사람 △대학에서 역사고증·군사안보 관련 분야, 정치·행정·법 관련 분야, 또는 물리학·탄도학 등 자연과학 관련 분야 등의 교수·부교수 또는 조교수의 직에 5년 이상 재직한 사람 △법의학 전공자로서 관련 업무에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역사고증·사료편찬 등의 연구 활동에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국내외 인권 분야 민간단체에서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중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위원으로 추천하도록 규정했습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심각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에 한국당 추천위원들은 추천 당시부터 자질 시비 논란이 일었습니다.

권 사무처장은 육군3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육군 수도군단장, 국방부 6·25전쟁사업단장 등을 지내고 2014년예편 때까지 사실상 군 경력이 전부라는 평가를 받았지요. 이 전 기자는 월간조선과 여론조사 업체인 한국갤럽의 전문위원을 거쳐 도서출판 ‘자유전선’ 대표를 맡고있는데요. 1996년 월간조선에 ‘검증, 광주사태 관련 10대 오보와 과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5·18 민주화운동 재수사와 관련한 검찰 발표 중 계엄군의 중화기 사용, 탱크 진압 등을 ‘과장’으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청와대가 임명을 거부하지는 않았으나 차 전 판사 역시 5·18 단체로부터 ‘언론과 SNS를 통해 5·18을 북한군 소행이라고 주장했다’는 비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사입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할 때는 고의로 위원회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아 2017년 10월 세월호 유족들로부터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고요.

나 원내대표가 권 전 사무처장과 이 전 기자에 대한 청와대의 ‘부적격’ 판단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재추천을 하겠다고 고집 부리는 게 썩 좋은 대응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까닭입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왼쪽)과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연합뉴스
◆당 지도부가 매를 더 번 셈···청와대가 아닌 국민 시선 의식해야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즉각 한국당의 이런 방침을 맹비난하면서 다른 인사를 찾아 위원으로 재추천하라고 촉구한 데서 보듯, 망언 후폭풍에 코너에 몰린 당을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할 나 원내대표가 오히려 매를 더 번 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계속 공격의 빌미를 주고, 국민 여론도 악화시키는 무리수를 두고 있어서지요.

민주당은 “한국당이 ‘망언 3인방’에 대한 국민기만적인 징계 유보 조치에 이어, 무자격 위원 추천 강행의사까지 분명히 함으로써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와 정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오만하고 뻔뻔스러운 태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바른미래당도 “백배사죄하고 이해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갈 데까지 가보자는 막가파식 행동과 판단력이다. 한국당은 진실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인물을 물색해 재추천하든지 아니면 추천권 자체를 깨끗하게 반납함으로써 국민 앞에 예의를 다해야 한다”고 가세했지요.

평화당은 “추천 거부된 인사들을 재추천하겠다는 것은 진상규명 작업 자체를 무산시키고 5·18북한군 개입설을 확증하겠다는 의도를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한국당은 조사위원을 재추천하거나 추천권을 반납해 진상규명작업에 협조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정의당 역시 “5·18 진상규명 방해를 위한 위원 추천을 시작으로 최근 국회 5·18 망언과 가짜 징계 등 일련의 사태는 한국당의 의도된 기획에 가깝다”며 “이쯤하면 대놓고 5·18 역사 쿠데타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습니다.

나 원내대표가 지금이라도 다시 한 번 심사숙고했으면 합니다. 혹시 권 전 사무처장 등에 대한 임명 거부를 청와대와 여당의 정치공세로 치부해 ‘재추천 카드’로 맞받아치겠다는 생각이라면 접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 시점에선 청와대와 여당을 신경쓸 게 아니라 한국당이 어떻게 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광주시민과 국민들의 입장을 헤아려야 하니까요. 부디 능력과 균형감각을 갖추고 5·18특별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인사를 찾아 추천했으면 합니다. 그러지 않고 한국당이 자질 시비 논란 끝에 임명거부까지 당한 후보들보다 더 나은 인사를 찾으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래서 그냥 기존 후보들을 밀어붙인다면 5·18진상규명 의지 자체를 의심받는 것은 물론 제1 야당의 무능함을 실토하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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