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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허용'한 여성용 성인용품…이번 남성용 '판결'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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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1 19:28:18 수정 : 2019-02-21 17: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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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남성용·여성용 자위기구 수입 논란 판결
여성의 신체 형상을 모방한 ‘남성용’ 자위기구를 외국에서 들여와 판매해도 되는지 여부를 놓고 1심과 2심 법원이 상반된 판결을 했습니다. 1심은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며 수입 통관을 보류한 세관당국의 처분을 적법하다고 본 반면 2심은 “성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본래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수입업체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공교롭게 10년 전에는 남성 성기 모양의 ‘여성용’ 자위기구 수입 금지여부를 놓고 1심은 “음란물로 볼 수 없다”며 수입 허용을, 2심은 반대로 “음란물로 볼 수 있다”며 수입 금지를 각각 판결한 바 있습니다. 당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1심과 같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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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으로 간 여성 신체 본뜬 남성용 자위기구 수입 논란, 1심 “금지” VS 2심 “허용”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김우진 부장판사)는 수입업체 A사가 인천세관장을 상대로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판단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A사는 2017년 머리 부분을 제외한 성인 여성의 신체 형태를 띤 실리콘 재질의 성인용품 수입 신고를 했지만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는 이유로 통관이 보류되자 소송을 낸 것이죠.

1심은 “물품을 전체적으로 관찰했을 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했다”며 세관 당국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상당히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다른 판단을 내렸어요. 판단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우선 의학이나 교육, 예술 등 목적으로도 사람의 형태를 띤 인형이 사용되는 만큼 그 인형의 묘사가 사실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음란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했어요. 또 ‘성기구’라는 맥락을 고려하더라도, 성기구 일반을 규제하지 않는 국내 법률체계를 고려하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헌법재판소 판례도 인용하며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라며 “성기구를 음란물과 동일하게 취급해 규제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법률은 청소년이 성기구에 노출돼 발생할 문제점에 별도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성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본래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는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 10년 전 남성 성기 본뜬 여성용 자위기구 수입 논란 “허용” 판결

2007년 8월 물류업체인 B사는 여성용 진동 자위기구를 통관신청했지만 인천공항국제우편세관장이 “발기한 남성의 성기를 섬세하게 표현,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며 수입통관을 보류하는 처분을 내리자 소송을 냈습니다. B사 측은 “여성용 자위기구는 부부 간의 원만한 성생활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자위행위 자체가 선량한 풍속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답니다.

1심 재판부는 “성인용품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점차 개방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고 해당 물건은 남성의 성기 모양을 개괄적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춰 음란한 물건으로 볼 수 없다”며 B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수입통관보류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남성 성기를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표현,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인천공항국제우편세관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죠.

이는 다시 대법원에서 뒤집어집니다. 당시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여성용 진동 자위기구가 남성의 성기를 섬세하게 표현했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물품이 아니므로 수입 통관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여성용 진동 자위기구가 음란하다고 보아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원심은 표현물의 음란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고 하면서요. 대법원은 “해당 물건은 남성의 성기를 재현했다고 하나 실제 인간 피부와 차이가 크고 전체적으로 일자(一字)형이며 손잡이에 건전지 투입구가 있는 등 색상이나 형상이 성기를 개괄적으로 묘사한 것에 불과해 음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10년가량 지나 법정에서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재연되고 있는 이번 사건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어떻게 될까요.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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