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 혜택 ·공격적 제휴…하나카드 지난해 순익 1064억 40.7%↑
불망기본(不忘其本). 어떠한 것의 근본을 잊지 않는다는 의미다. 최근 카드업계에도 카드업의 기본을 잃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강력한 혜택을 담은 카드상품 출시를 통해 본업에 충실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치권의 요구에 수차례 낮아진 가맹점 수수료와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 악화되는 업황 속에 카드업계가 공통적으로 선택한 해법은 결국 카드상품을 통한 승부다. 특히 하위권 카드사에서 이같은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롯데카드는 최근 '라이킷(LIKIT)'시리즈와 '아임(I'm)' 시리즈를 연달아 출시했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는 올초 신년사를 통해 대대적인 상품포트폴리오 재편을 예고한 바 있다. 신임 사장이 올 때마다 대표 카드라인도 함께 바뀌었던 우리카드도 정원재 사장 취임과 함께 이달 초 '카드의정석 포인트(POINT)'를 내놨다. 카드사의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업무인 카드업을 통해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하위권 카드사의 반란을 주도한 것은 하나카드의 '1Q카드'다. 하나카드는 롯데·우리카드보다 훨씬 앞선 2015년 10월 하나금융의 '하나머니' 포인트 적립을 대폭 강화한 1Q카드를 선보였다.
◇ 꼴찌의 반란…흥행 신기록 갈아치우며 2년 6개월만에 450만좌 팔려
2015년 10월 출시 이후 450만좌 가량 발급된 하나카드 '원큐(1Q)카드'는 하나카드의 지난해 순익을 견인한 일등 공신이다. 소비자 혜택을 파격적으로 강화한 원큐카드를 등에 업은 하나카드는 지난해 8개 전업계 카드사 중 유일하게 순익이 늘었다. 하나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756억원보다 40.7% 증가한 106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4년 말 옛 외환카드와 합병한 이후 처음 1000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1Q카드 역시 자체 흥행신기록을 여러 번 갈아치웠다. 통상 신규 카드 출시 이후 한 달에 1만좌 정도 발급되고 이후 10만좌를 넘어서면 흥행카드로 불린다. 하나카드는 출시 한 달만에 10만좌를 돌파했고 7개월만에 100만, 이후 다시 7개월 만에 200만좌을 팔아치우며 2년6개월이 지난 현재 445만좌을 넘어섰다.
◇ 결국 카드상품은 '혜택'…빅데이터 분석으로 찾은 고객과의 접점 담은 1Q카드
2014년 말 옛 외환카드와 통합 후 탄생한 지금의 하나카드는 고객들게 각인될 만한 하나카드만의 브랜드 포지셔닝이 절실했다. 하나카드는 카드업의 기본인 카드 상품, 그 중에서도 고객이 가장 원하는 혜택을 강화한 카드상품 출시로 가닥을 잡았다. 하나금융에서 4대 금융그룹 중 최초로 자동화기기(ATM)에서 현금 처럼 뽑아 쓸 수 있는 통합포인트 '하나머니'를 기획하면서 타이밍도 맞아 떨어졌다.
하나카드는 하나금융그룹 전체로 혜택을 확대할 수 있는 하나머니를 기반으로 현장 요구사항, 고객들의 주요 관심사, 소비패턴 등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1Q카드를 기획했다.
1Q카드가 다른 카드사 상품과 다른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디테일이다. 하나카드는 주유소, 카페, 할인마트 등 뭉뚱그려지는 가맹점을 세밀하게 파고들었다. 1Q카드 시리즈 중 연회비가 국내 전용 2만8000원, 해외겸용 3만원으로 가장 비싼 '하나멤버스 1Q카드 올인(원큐카드 올인)'의 경우 적립대상을 대폭 넓혔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의 경우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3대 대형마트로 혜택 대상이 한정되는 다른 카드사와는 달리 △이마트 에브리데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슈퍼 △GS슈퍼 등 기업형 슈퍼마켓도 적립대상에 포함했다. 주유소 역시 △SK에너지 △GS칼텍스 △에스오일 △현대오일뱅크 뿐만 아니라 LPG충전을 포함한 알뜰주유소까지 대상에 넣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결국 강력한 혜택 강화가 같은 소비패턴 속에서 가장 많은 할인·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를 찾는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며 "통합 포인트인 하나머니 적립 강화로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하나금융 내에서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더욱 더 인기를 끈 것 같다"고 말했다.
공격적인 마케팅도 병행했다. 1Q카드가 200만좌 발급을 앞둔 2016년 말 카드업계에는 한차례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해외카드사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강행 등으로 칼바람이 몰아치던 상황이었다. 일부 카드사들은 공격적으로 카드대출을 확대하면서 당국의 집중 점검 대상이 되기도 했다. 결국 줄어든 수수료 수익은 각종 알짜카드 발급 중단이나 혜택 축소로 고객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반면 하나카드는 2017년 1월 1Q카드 시리즈의 약관변경을 신청해 혜택을 추가하는 등 부가서비스 혜택을 오히려 확대하는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보통 카드사들이 경영환경에 따라 카드 서비스를 축소하게 되면 이에 대한 고객 문의와 민원이 급증한다"며 "1Q카드 시리즈는 반대로 서비스를 더욱 확대함에 따라 일시적으로 고객문의가 급증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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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사진=하나카드 |
여기에는 2016년 취임한 정수진 사장의 역발상 전략이 작용했다. 경영환경이 어려워질 때마다 대표상품의 혜택을 축소하는 카드업계의 관행을 뒤엎어보자는 것이 정수진 사장의 생각이었다. 역발상 전략은 고스란히 신규발급으로 이어졌다. 2016년 12월 200만좌에서 불과 5개월만에 추가로 100만좌가 발급됐다.
◇ 지속적인 프로모션·추가 상품 출시…브랜드 이미지 강화
하나카드는 1Q카드를 대표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보통 카드사는 수십 종에 이르는 시리즈 상품 출시를 통해 한 카드 라인을 대표상품으로 만든다. 기본카드를 베이스로 특화업종에 할인혜택을 강화하거나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한 카드를 출시하면서 주력상품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실제로 현대카드의 대표카드인 M 시리즈가 54종, 삼성카드의 숫자카드가 18종에 이른다. 하나카드도 이에 발맞춰 지난달 초 '1Q 스페셜 플러스 카드'와 '1Q카드 리빙 플러스'를 연달아 출시하면서 1Q카드 시리즈 카드만 총 17종을 선보였다.
1Q카드는 명실상부한 하나카드의 대표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1Q카드의 신용·체크카드 월 취급액은 각각 5500억원, 2000억원에 이른다. 연간 9조원 규모다. 1Q카드 시리즈는 △리빙(Living) △쇼핑(Shopping) △데일리(Daily) △스페셜(Special) △올인(All in) △페이(Pay) △비즈니스(Business) △내맘대로 △오일(Oil1) △#Tag1 △Hit1 △Play1, △Tour1, △Daily+ △Shopping+ △Living+ △Special+ 등 다양한 연령대와 소비패턴을 모두 아우를 수 있도록 다양하게 출시됐다.
지속적인 프로모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통상 카드사들이 신상품 출시 이후 3~6개월에서 프로모션을 마무리하는 것과는 달리 하나카드는 2년6개월이 지난 현재 시점까지 다양한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다. 고객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틈새시장 확보도 놓치지 않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국제교직원 등과 1Q카드를 기반으로 한 카드를 제휴카드를 출시했다. 비록 소규모지만 맞춤형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특정직업군을 대상으로 충성고객을 포섭하겠다는 전략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등 고객 중심의 시대 흐름에 맞는 혁신적인 1Q카드 추가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구상중"이라면서 "특히 1Q카드는 하나멤버스와 다양한 분야의 연계로 하나머니 적립을 앞세운 하나금융의 대표 금융상품으로 포지셔닝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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