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1840~1897)의 단편 소설 ‘마지막 수업’. 학창 시절 교과서에 실렸던 작품이지요. 작품의 배경은 프랑스-프로이센 전쟁(보불전쟁)이 끝난 1871년 프랑스 동북부 알자스(Alsace)의 한 마을입니다. 1870년 에스파냐에서 왕조가 단절되자 임시 정부는 왕가의 인척인 프로이센의 레오폴트 공자를 왕으로 추대하려합니다. 프랑스는 통일 독일을 꿈꾸던 프로이센의 세력이 강해질 것을 우려해 즉각 간섭에 나섰고 양국 관계가 악화돼 결국 1870년 7월 19일 프랑스가 선전포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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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위치 출처=두산백과 |
앞서 프로이센의 총리 비스마르크는 프로이센의 지배를 받아들이지 않던 남독일 국가들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프랑스와 전쟁할 구실만을 찾고 있던때였습니다. 결정적인 사건은 ‘엠스 전보사건’입니다. 1870년 7월 13일 프로이센 왕 빌헬름 1세는 프랑스 대사 베네데티와 엠스에서 에스파냐 왕위 계승을 놓고 회담을 합니다. 회담 내용을 전보로 받은 비스마르크는 ‘프랑스 대사가 프로이센 국왕을 모욕했다’는 식으로 전보 내용을 조작해 신문에 발표했고 격앙된 양측 국민이 개전을 요구하게 됩니다.
전쟁은 프로이센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납니다. 9월 2일 나폴레옹 3세는 독일군에게 항복했지만 프로이센은 계속 진격해 해 1871년 1월 28일 파리를 함락합니다. 이에 앞서 1월 18일 프로이센 국왕 빌헬름 1세는 파리 외곽의 베르사유 궁전에서 황제로 즉위해 독일제국이 탄생합니다. 결국 프랑스는 5월 프랑크푸르트 강화조약으로 독일에 전쟁 배상금 50억프랑을 지불하고 독일계 주민이 다수인 알자스-로렌 영토를 프로이센에 내어 줍니다.
마지막 수업은 프랑스가 전쟁에서 패한 뒤 모국어를 뺏기고 독일로 수업을 해야하는 알자스 교실의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 풍경을 소년 프란츠의 1인칭 시점으로 그립니다. 아멜 선생이 수업을 마치며 칠판에 ‘프랑스 만세’라고 쓰는 장면은 울컥하게 만들지요. 알자스는 나중에 프랑스에 반환됐지만 전략적 요충지여서 프랑스와 독일은 알자스를 놓고 끊임없이 영토분쟁이 벌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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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포도밭 풍경 출처=알자스와인생산자협회 |
마지막 수업의 알자스를 유명하게 만든 것이 또 하나있습니다. 바로 와인입니다. 사실 알자스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 명산지랍니다. 포도 재배 역사는 무려 2000년이 넘는데 서기 1세기 로마 군단이 포도 재배 기술이 전파했다고 합니다. 알자스는 해발 1200m인 보쥬(Voges) 산맥의 숲 덕분에 습기를 포함한 바람이 차단, 프랑스에 두번째로 건조(연중 강수량 500∼600mm)해 와인 생산의 이상적인 조건을 지녔습니다. 특히 가을에 비가오지 않고 따뜻한 날씨가 유지되는 ‘인디안 섬머’ 기후 덕분에 포도는 서서히 무르익어 섬세한 아로마와 드라이하고 균형 잡힌 탁월한 풍미의 와인이 빚어집니다.
또 1만5000ha에 달하는 포도원의 토양은 석회암, 화강암, 점토질, 편암, 사암으로 다양해 같은 품종이라도 다야한 특성을 지닌 포도가 재배됩니다.
독일과 인접한 만큼 비슷한 스타일의 와인이 생산되는데 재배하는 품종도 비슷하고 와인 보틀도 모양도 목이 가늘고 긴 병을 사용합니다. 알자스를 대표하는 와인은 화인트 와인입니다. 생산되는 와인의 82%가 화이트 와인이며 발포성 와인이 10%, 레드 와인과 로제 와인이 8%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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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슬링 |
화이트 대표 품종은 7가지로 리슬링(Riesling·21.7%), 피노 블랑(Pinot Blanc·21.2%), 게브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18.6%),피노 그리 (Pinot Gris·15.2%), 실바너(Sylvaner·12.1%), 뮈스카(Musca· 4.3%) 입니다. 또 피노 누아(Pinot Noir)도 재배하는데 알자스에서 유일한 레드 와인 품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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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브르츠트라미너 |
알자스 화이트 와인은 신선하고(Fresh) 과일향(Fruity)과 아로마가 풍부하며(Aromatic), 맑고(Clear) 오크향(No Oak)이 나지않는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런 알자스 와인은 서양식은 물론, 아시안 요리에 특히 잘 어울리는 최적화된 와인입니다. 알자스 리슬링은 시간이 흐를수록 레몬, 자몽, 복숭아, 살구 등 과일향과 미네랄 느낌이 살아나고 장미, 아카시아 등의 꽃향과 함께 페트롤향도 느껴지는 품종입니다. 생선과 갑각류, 닭고기 등 가금류의 음식과 매칭이 뛰어납니다. 게브르츠트라미너는 파워풀하고 복합적이며 풍만함 꽃향기와 리치, 패션후르츠, 파인애플, 망고 열대과일 향이 특징입니다. 또 후추, 민트 향 등 스파이시한 맛이 특징이라 향이 다소 강한 중국, 태국, 인도 음식과 강한 맛의 치즈, 디저트와도 잘 어울린답니다. 우리가 알자스 와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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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그리 |
알자스 와인은 품질에 따라 알자스 AOC, 알자스 그랑크뤼 AOC, 방당쥬 따르디브(Vendanges Tardives), 쎌렉씨옹 드 그랭 노블(Selection de Grains Nobles)가 있답니다. 알자스 AOC급 와인으로 가장 많이 즐기는 테이블급 와인으로 전체의 74%를 차지합니다. 알자스의 7가지 품종을 모두 사용하며 단일 품종을 사용하면 품종명을 레이블에 표시합니다. 여러 품종을 블렌딩하면 에델즈빅케르(Edelzwiker) 나 쟝띠(Gentil)라고 적혀있어 구분하기 쉽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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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리슬링과 어울리는 새우 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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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리슬링과 어울리는 초밥 |
알자스 와인중 품질이 뛰어난 포도밭에서 만드는 알자스 그랑크뤼는 그랑크뤼로 분류된 포도밭(리외 · lieux dits) 51곳의 이름이 레이블에 적혀 있습니다. 방당쥬 따르디브는 ‘늦은 수확’이라는 뜻으로 포도가 농익을 때를 기다렸다가 수확한 포도로 만듭니다. 과즙이 농축되고 감미가 뛰어난 와인이랍니다. 쎌렉씨옹 드 그랭 노블은 ‘귀부화된 포도송이 고르기’라는 뜻으로 ‘보트리티스 씨네레아(Botrytis Cinerea)’ 곰팡이가 핀 포도알로 만든 고급 와인입니다. 귀부 곰팡이가 핀 포도알을 하나하나 손으로 골라서 만든 와인으로 농도가 짙어 강하면서도 복합미가 뛰어나고 여운 긴 최상급 알자스 와인이랍니다. 알자르 그랑크뤼, 방당쥬 따르디브, 쎌렉씨옹 드 그랭 노블 4개의 품종만 사용하는데 리슬링, 게부르츠트라미네르, 삐노 그리, 뮈스꺄 입니다. 알자스 화이트 와인은 보통 5년정도가 시음적기이지만 리슬링, 게뷔르츠트라미너, 피노 그리 품종으로 만든 프리미엄 리슬리은 10년이상 장기보관이 가능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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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브르츠트라미너와 어울리는 요리 |
또 하나 스파클링 와인도 있습니다. 크레망 달자스(Crement d'Alsace) AOC로 알자스 전체 생산량의 13%를 차지합니다. 프랑스는 상파뉴 지방에 만든 와인만 샴페인이라고 부를 수 있고 나머지는 보통 크레망이라고 합니다. 그 중 알자스 크레망은 섬세하고 청량감이 뛰어난 스파클링으로 프랑스 크레망중 가장 인기가 많답니다. 알자스 크레망은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주로 피노블랑을 위주로 피노그리, 리슬링, 샤르도네, 피노누아(크레망 로제) 품종을 이용해 양조합니다. 샴페인과 같은 2차 병발효를 거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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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브르츠트라미너와 어울리는 치즈 |
알자스 그랑 크뤼의 경우 섭씨 8~10도, 크레망 달자스는 섭씨 5~7도가 적당합니다. 또 풍부한 부케와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와인잔의 목부분이 긴 튤립형 잔인스템잔(Stem)을 사용하고 크레망 달자스의 경우는 가늘고 긴 모양의 크리스탈 플뤼트잔(flute)에 마시면 와인의 맛을 제대로 느낄수 있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사진=아영F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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