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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와 만납시다 上] 나는 여자입니다, 그리고 담배를 끊었습니다

입력 : 2016-07-02 08:00:00 수정 : 2016-07-01 17: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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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5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2014년 20세 이상 여성의 3.3%가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여성의 비율이 5.5%로 기혼 여성(2.0%)보다 높았다.

여성 흡연자 74%는 하루 10개비 이하를 피우는 것으로 집계됐다. 10명 중 7명꼴이다. 같은 양에 대한 남자(46.3%)보다 높은 비율이다. 11~20개비를 피운다고 답한 여성 응답자는 23.8%, 남성 응답자는 48.2%였다.

 

사진=통계청 자료 캡처



여성 흡연은 더 이상 쉬쉬하는 소재가 아니다. 완벽히 대놓고 말할 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숨길 수 있는 일만도 아니다. 점심시간 직장인들로 붐비는 골목을 다니면 여성 흡연자 한두 명쯤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던가.

세 여성을 만났다. 둘은 흡연자, 다른 한 명은 비흡연자다. 담배 피우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고, 흡연자를 보는 비흡연자의 생각도 귀담았다.

담배를 피운 두 사람 중 한 명은 얼마 전부터 금연을 시작했다. 임신, 출산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적어도 한 사람에게 공감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 직장인 A(30)씨 "만으로 서른 살, 결혼 2년 차. 담배를 끊기로 했다"

굳이 배우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백해무익한 것이었다. 그러나 호기심이 동했다. 스물세 살 때 처음 입에 물었다. 여섯 명이 동시에 시작했다. 중간에 그만둔 사람은 세 명. 딱 절반이었다.

담배?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때 두 달 정도는 담배를 물지 않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무렵,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심란함을 달랠 길이 없어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됐다. 은근히 의지가 됐다.

담배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출구였다. 같은 여자지만, 비흡연자들과 다른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주변에 담배 피우는 사실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딱 한 사람. 남자친구에게는 비밀이었다.

비염을 앓고 있다.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서 더 심해졌다. 그렇다고 담배를 단번에 끊은 건 아니었다. 흡연량을 줄이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지난해 흡연 장면 방송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 / 사진=영상화면 캡처



다른 흡연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술 마실 때 흡연욕구가 가장 많이 치솟았다. 그런 내가 이제는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임신 그리고 출산 고민이 이유다. 올해 결혼 2년 차라 슬슬 2세를 생각하게 됐고, 당연히 담배는 끊어야 하는 존재가 됐다. 그동안은 ‘언젠가 끊어야지’라는 생각만 했다. 본격적으로 금연을 시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담배를 피우지 않기로 했지만, 끊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실 담배는 ‘참는 거’ 아닌가. 자신은 없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할 각오는 되어 있다.

흡연부스에서 담배 피우는 여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흡연자였기 때문에 그런가? 다만, 여성 흡연자를 보는 남자들의 시선이 불편할 때가 있다. 특히 어르신 분들. 큰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

어쩔 수 없다. 우리나라는 본래 유교사상이 뿌리 깊지 않나. 아녀자는 조신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도 요즘에는 사회가 여성 흡연에 많이 관대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 흡연자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빨리 끊으시라고 말이다. 만약 담배를 피운 지 오래되신 분이라면…그래도 “안녕, 담배”라 말해주시길 바란다.


◆ 비흡연 직장인 B(26)씨 "여직원 10명 중 3명이 흡연…놀랐지만 금연이 좋지 않을까"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잘 몰랐다. 그런데 대학에 오니 생각보다 담배 피우는 여자들이 많았다. 그때 조금 놀라긴 했는데, ‘여성 흡연자’를 향한 혐오감이라기보다 생각지 못한 신세계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우리 회사에는 업무 특성상 여자가 많다. 그리고 10명 중 3명 정도가 담배를 피운다. 딱히 숨기지도 않는다. 남자 직원들과 함께 피우기도 한다. 생각보다 흡연자 비율이 높다.

남직원 반응? 되게 자연스러웠다. 우리 회사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별 터치를 안 한다. 사원들만 피우는 것도 아니다. 직급 높으신 분들도 담배를 피우는데, 여자도 섞여 있다.

옛 동료의 말이 생각난다. 담배를 피웠던 그분은 고등학교 때 다닌 독서실에서 친구가 담배를 내민 게 흡연 시작 계기였다고 말했다.

직장동료를 제외하면 바로 주변 사람 중에 담배 피우는 이는 없다. 아버지께서도 금연 중이시다. 차라리 힘들면 술을 마시는 게 더 낫지 않나.

여성 흡연. 나중에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면 금연이 좋지 않을까? 내가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자신이 책임질 일이니….

이건 추가로 하는 말인데, 남녀를 떠나 길 가며 담배 피우시는 분들. 부디 그러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되게 생각 없는 행동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연기 날아간다. 솔직히 예전에 한 번 째려보고 간 적도 있다.

* ‘[김기자와 만납시다 下] 나는 여자입니다, 그리고 담배를 피웁니다’ 편에서 이어집니다 *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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