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에 다니는 안모(36)씨도 작년에 낸 세금이 재작년보다 600여만원이 늘었는데 올해는 여기에 70여만원을 더 낼 처지다. 연봉이 8000여만원인 안씨는 “작년에 워낙 많이 내서 올해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폭탄”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그는 “정부가 경기 부진으로 징세가 어려우면 월급쟁이의 ‘유리지갑’만 노리는 것 같다”고 했다.
올해 근로소득자 연말정산 마감일(3월10일)을 앞두고 “올해도 세금폭탄을 맞았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13월의 세금폭탄’ 불만에 국세청은 그럴 리 없다고 펄쩍 뛴다. 국세청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 연말정산 때 적용되는 징수제도가 같아서 세금이 더 늘지 않는다”며 “다만, 개인별로 봉급(또는 성과급)이 늘거나 인적공제·카드사용액·의료비 등이 줄었다면 세금을 더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세금폭탄’ 불만이 폭주한 것은 세금징수 방식이 기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한 데 따른 것이었다. 소득공제는 세율이 곱해지기 전에 공제되므로 세율이 높은(소득이 높은) 사람이 더 많은 금액을 공제받게 된다. 세액공제는 세율을 곱한 이후의 세액에서 감면해주는 것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누진세율이 적용돼 고소득자가 불리하다.

2014년 결혼한 조모(31)씨는 당시 신혼 살림을 마련하며 신용카드 4100여만원과 체크카드 800여만원을 써서 지난해 연말정산에서 130여만원을 환급받았다. 조씨는 “앞으로 나와 같은 공제 혜택을 볼 수 있는 미혼 직장인들을 생각해 정부가 일몰 연장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납세자연맹 관계자는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없어지면 근로소득자와 사업자 간 세금 형평성이 더욱 악화하고 지하경제가 더욱 활성화해 경제 전체의 투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직장인 연말정산에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사용금액 소득공제 관련 법 등 서민을 위한 비과세 감면 법안 일몰기한이 연장돼야 한다”며 “20대 국회에서 중점 추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선영 기자,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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