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슈&현장] 제주 분양형 호텔 우후죽순…고수익 미끼 '주의'

관련이슈 이슈&현장

입력 : 2015-07-14 10:00:00 수정 : 2015-07-20 21:40:16

인쇄 메일 url 공유 - +

객실별 등기 가능… 가동률 하락땐 투자자가 손해 떠안아
‘10년 임대료 담보 제공에 분양가 100% 환불까지’ ‘26% 수익률 보장’ ‘황금알 낳는 제주 호텔’
제주에 수익형 부동산으로 뜨고 있는 ‘분양형 호텔’이 급증하면서 분양광고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갈 곳 없는 부동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판촉전쟁이 일어나면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시행사들은 현재 제주지역 특급호텔 가동률이 90% 가까이 늘고, 제주 관광객이 2018년 1600만명으로 예상된다며 두자릿수 수익률 보장을 앞다퉈 내세우고 있다. 분양형 호텔은 아파트나 오피스텔처럼 객실별로 소유권을 부여하는 형태의 호텔로, 등기도 개별로 할 수 있다. 운영은 전문 위탁사를 통해 이뤄져 관리부담이 낮은 데 반해 고정수익이 보장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13일 제주도와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제주에서 영업 중이거나 분양 중인 분양형 호텔은 34곳에 객실 수는 9164실에 이른다. 지역별로 보면 제주시가 14곳(4425실), 서귀포시가 20곳(4739실)이다. 현재 영업 중인 분양형 호텔은 서귀포시 소재 2곳이다. 2013년 9곳(2266실)에서 지난해 20곳(5092실)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4월 말 기준 32개, 8615실로 전국 분양형 호텔(2만3388실)의 36.8%를 차지한다. 같은 시기 지역별 분양형 호텔은 서울 2959실, 인천 2906실, 강원 1862실, 부산 1739실, 충북 1436실, 경기 1201실, 경남 604실, 충남 579실, 전남 525실, 대전 468실, 전북 330실, 경북 164실이다.

이처럼 전국 3곳 중 1곳이 제주에 몰리는 데는 제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양질의 숙박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초저금리 기조 속 오피스텔 수익률 하락에 따른 대체수요 증가, 2012년 서비스드 레지던스(호텔 서비스와 주거공간이 결합된 형태)의 숙박영업 합법화가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주요 투자자는 서울 강남과 수도권 신도시 거주자, 50대가 가장 많다. 은퇴를 앞둔 장년층이 노후 대비로 분양형 호텔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합리적 가격의 깨끗한 숙박업소를 선호하는 젊은층을 겨냥해 몇몇 대형 호텔이 분양형 호텔 사업을 추진했고 초반 제주 분양형 호텔 사업은 호황을 맞는 듯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너무 많은 분양형 호텔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2013년에 분양이 ‘완판’됐지만 지난해부터 분양실적이 떨어지고 잔금납부를 포기하는 계약자도 속출하고 있다. 관광객 증가율 둔화에다 분양형 호텔 급증으로 객실가동률이 하락할 경우 기존 숙박업체들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실제 제주도 내 총 숙박시설은 올해 4만3892실에서 2018년에는 5만8513실로 늘어날 전망이다. 제주도관광진흥계획을 보면 도내 숙박시설의 객실가동률은 2013년 74.8%로 정점을 찍은 후 올해 67.7%, 2018년엔 63.4%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객실가동률이 불과 5년새 10%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셈이다. 투자자들이 관광객은 증가하지만 공급과잉으로 객실가동률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간과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분양형 호텔들이 내년 이후 개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관계자는 “분양형 호텔 시행사들은 확정수익을 최대 10년까지 지급한다고 하지만 객실가동률 65%를 가정할 때 실투자액 대비 수익률은 5.1%로 추정되고 투자자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도 없는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언뜻 들으면 수익률이 보장되고 안전한 ‘알짜 투자처’처럼 보여 귀가 솔깃하지만 그 확정수익률은 이미 자신이 비싸게 낸 분양금의 일부를 되돌려받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운영 적자가 발생할 경우 시행사는 분양 당시 약속한 1∼2년간을 개발이익금으로 수익금을 떼어주고 빠져나가게 되고 그 후에는 수분양자들이 그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마련이다”고 주장했다.

공급과잉 인식에 따른 분양 실패, 중도금 대출 미회수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시행사와 금융기관의 손실발생 리스크도 상존하고 있다. 시행사가 자금난에 부딪혀 시공사와 갈등을 겪거나 부도가 날 경우 준공이 미뤄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한다. 실제 시공사가 부도나면서 하도급 업체들이 어음 결제를 받지 못하는 등 집단 민원도 발생해 투자자들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지난 5월 서귀포시 성산읍에 들어선 모 분양형 호텔 공사에 참여했던 업체 관계자들이 호텔에 들어가 유치권을 행사하다 업무방해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관계자는 “분양형 호텔 급증으로 객실가동률 하락이 예상되는데도 신규 분양 호텔들이 여전히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고 총 분양대금 대비 대출 비중이 높고 투자자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도 없는 상태”라며 “분양형 호텔이 제주도와 개인 투자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장기적인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투자 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