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강주미의 올라 카리베] 〈1〉 쿠바, 모든 것이 클래식

관련이슈 강주미의 올라 카리베

입력 : 2014-01-16 22:28:31 수정 : 2014-12-22 17:30:01

인쇄 메일 url 공유 - +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흥겨운 살사음악과 묘한 조화 아메리카 대륙은 크게 남과 북으로 나뉘는데, 그 중간에 있는 카리브(Carribe: 현지어 카리베)에 둥둥 떠 있는 섬들이 중남미로 분류된다. 중남미의 카리브 연안에 위치한 섬나라들은 매력적으로 보인다.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번 여행을 계획한 것은 중동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책을 낸 후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또 몸속에서 꿈틀거리는 여행인자들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세계지도를 보고 있으면 ‘세상이 이렇게 넓으니 내가 갈 곳 또한 이렇게 많구나’ 하고 느낀다.

인도에서 3개월가량 휴식하고 도미니카공화국(주변에 ‘도미니카’라는 나라가 따로 있어 공화국을 붙여 구분한다)으로 떠났다. 미국을 경유하는 항공편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출발해도 직항은 없다. 더운 인도에서 갔는데도, 공항에 내리자마자 숨막히는 더위를 온몸으로 느꼈다. 습한 더위는 사람의 불쾌지수를 올릴 뿐 아니라 의욕까지 빼앗아 버린다.

이번 여행에서 작은 계획을 세워본다면, ‘콜럼버스의 침략항로’ 루트를 밟아보는 것이다. 계획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렇게 계획을 잡고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들어왔다. 계획대로라면 쿠바로 먼저 갔어야 했지만, 쿠바의 여행비자 기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긴 여행비자를 내주는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먼저 가게 됐다.

그리고 쿠바를 가려고 정보를 알아보던 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쿠바와 도미니카공화국은 가까운 나라임에도 배편이 없다. 원래 나는 배를 타고 모든 섬들을 이동할 생각이었으나, 곧 나의 계획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배가 다녔는데, 쿠바가 서방세계의 많은 제재를 받으며 운행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막힌 경로에 당황스러웠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비행기값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쿠바는 국제공항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캐나다와 유럽 등지에서 연결되는 직항편이 많은데, 수도인 ‘아바나(habana)’와 ‘산티아고 데 쿠바’ 같은 큰 도시 말고도 리조트가 있는 해변도시에도 직항이 꽤 다닌다. 유럽과 북미 사람들을 위한 휴양지로 만들어진 도시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전에 미국과 사이가 좋았을 당시에 쿠바는 미국인들의 휴양지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지금은 캐나다와 유럽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쿠바에 처음 도착해 아바나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택시를 타고 갔다. 몇 십분 걸어가면 버스정류장이 있지만 처음에는 이 사실을 몰라 택시를 잡아야 했다. 공항에서 얻은 지도를 보면서 갈 곳을 찾았다. 아바나 구시가지로 가기로 했다. 숙소는 목적지에 가서 찾아도 될 만큼 많다고 했다. 그래도 알아 온 숙소는 있었다. 쿠바 여행정보를 찾다 보니 한국인에게 유명한 숙소가 하나 있었다. 그곳에 가면 정보 책자가 있다고 했다. 여행객들이 모아놓은 정보들이 쌓여서 하나의 책처럼 되었다는 것이다. 어렵게 찾아간 그곳은 방이 없어서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쿠바에는 호텔과 다른 형태의 숙박업소가 있다. 일반 가정집에서 운영하는 ‘카사 데 파티쿨라(Casa de Paticular)’다. 줄여서 카사라고 하는데, 정부에서 허가해준 집과 무허가 업소가 있다. 허가를 내준 곳은 카사 마크가 붙어 있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처음 내가 묵게 된 곳은 무허가 카사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며칠이 지나서였다. 그래도 카사의 주인이 좋았고 잘해줬다. 작은 방 하나를 빌리는데, 아침은 기본으로 준다. 저녁은 돈을 받고 제공하는데, 쿠바의 물가를 따져보면 비싼 편이다. 쿠바의 가정식을 맛보고 싶다면 먹어볼 만은 하다. 

카피톨리오 광장에서부터 아바나의 관광이 시작된다.
쿠바의 구시가지(올드 아바나)로 들어서면 어리둥절하게 된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게끔 만드는 광경들이 나온다. 전시장에서나 볼 법한 클래식 차량들이 돌아다닌다. 마치 이곳이 1930년대라도 되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다니는데 이 광경이 신기하다. 내가 너무 현대적인 다른 세계에서 온 것처럼 겉돈다. 차량뿐 아니라 건물도 예전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쿠바는 과거 번영했던 시절에서 멈춘 듯 보인다. 자산 가치가 있는 재산은 개인이 소유할 수 없는 쿠바에서 클래식 차량은 예외다. 혁명 이전에 등록한 자동차는 그대로 소유할 수 있단다. 그래서 그 멋진 자동차는 택시로 이용되고 있었고, 누구든 타볼 수 있다.

구시가지를 찾아가는 데 중심이 되는 곳은 ‘카피톨리오 광장’이다. 카피톨리오(Capitolio)는 스페인어로 중심건물을 뜻하며, 대부분 청사나 국회의사당으로 사용했던 건물이다. 지금은 과학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오페라 극장, 호세마르티 공원(Jose Marti), 오비스포(Obispo) 거리가 있다. 호세마르티 공원은 호세 마르티의 조각상이 있는 곳으로, 그는 유명한 시인이자 쿠바혁명당 설립자이다. 그는 스페인군에 대항해 싸우다 전사한 인물로, 어느 도시에 가나 그의 조각상이 있을 정도다. 오비스포 거리는 여행자의 거리라고 불리는 곳이다. 갖가지 물건을 파는 곳과 환전소, 숙소, 먹을거리들이 줄지어 있다. 사람들이 항상 북적거리는 그 거리를 지나면 헌책을 길거리에서 파는 아르마스광장이 나온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장소가 된 곳이다. 매일 그 거리를 지나쳐서 공원에 갔다. 헌책을 파는 곳에는 체 게바라 책이 주를 이룬다. 나는 그곳에서 ‘어린 왕자’ 책을 한 권 샀다. 그곳에서 책을 구경하며 가장 좋았던 것은 귓가에 들려 오는 음악이다. 라이브 연주로 들려오는 쿠바의 음악이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쿠바의 살사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가끔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악이 연주되면 더 흥이 난다. 특히 ‘chan chan’이 가장 신이 났다. 이 말의 뜻을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별 뜻이 없다고 했다.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은 미국의 프로듀서인 라이쿠더가 다시 결성해서 음반을 내면서 전 세계에 알린 밴드다. 라이쿠더가 음반을 낼 당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이 그룹은 나이에 상관없이 여전히 서정적인 음악을 선사해 줬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 직접 연주를 하는 이 공원의 악사들도 훌륭하다. 그늘에 앉아 있으면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더위도 가신다.

아르마스 광장을 지나서 더 나가면 ‘말레콘(Malecon)’이라 불리는 바다가 나온다. 말레콘은 바다의 이름이 아니라 바닷가를 의미한다. 해변은 아니고 바닷가를 지칭한다. 말레콘에 가면 건너편의 ‘예수상’이 보인다. 배를 타고 가면 예수상이 있는 마을에 갈 수도 있다. 배가 늦게까지 없기 때문에 돌아오는 배편을 잘 알아봐야 한다. 물론 택시로 갈 수도 있다. 말레콘에 앉아서 바라보는 것도 좋다. 가끔 날아오는 커다란 펠리컨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로 뛰어든다.

며칠 동안은 아바나의 거리들을 돌아다니며 쿠바를 느낄 수 있었다. 사회주의국가라서 많은 부분이 통제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자유롭게 살아가고, 자유롭게 행동한다. 물론 인터넷은 이메일 정도만 허락하지만,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이제 쿠바 여행의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기대된다.

강주미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세계섹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앳하트 서현 '여신 미모'
  • 앳하트 서현 '여신 미모'
  • 엄정화 '반가운 인사'
  • 이엘 '완벽한 미모'
  • 조여정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