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 4조… 하만·보스 절반이상 차지 자동차업계의 ‘소리 경쟁’이 치열하다. 고가의 수입차 위주로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한 차가 늘더니 몇 해 전부터는 2000만원대 국산차에도 심심찮게 고가 오디오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USB 단자나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능은 이젠 ‘덤’이 됐다. 한때 사제 오디오를 장착하는 게 유행이었던 때문인지 요즘 업체들은 소리에 어느 때보다 공을 들이면서 자동차용 오디오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하루 평균 40㎞ 이상을 주행하는 국내 운전자의 ‘듣는 즐거움’을 위한 업계 현황을 살펴봤다.

6일 업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 4조원을 넘어선 전 세계 자동차 오디오 시스템 시장의 절반 이상을 하만카돈·렉시콘·JBL·인피니티 등을 보유한 미국의 ‘하만 인터내셔널’과 ‘보스’가 차지했다. 일본 ‘소니’가 10.8%, 스웨덴 ‘뱅앤올룹슨’과 덴마크 ‘다인오디오’가 각각 3.4% 등을 점유했다.
국내 완성차 5개사 차량에 장착된 오디오 시스템은 하만인터내셔널 계열 브랜드 외에 보스, 파이오니아, 비츠, 현대모비스가 만든 디멘션 등이다. 2008년 쌍용차가 1억원이 넘는 첫 국산 승용차 ‘체어맨W’를 출시했는데, 당시 마이바흐 등 최고급 세단에 장착되는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이 장착됐다.
같은 해 현대모비스가 기존의 4출력 앰프와 스피커로 구성된 차량용 오디오를 벗어나 고출력 앰프 등이 포함된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인 ‘디멘션’을 개발해 그랜저TG 등 현대기아차 내수용 모델에 장착했다. 현대모비스는 2012년 5월에는 ‘액튠’을 출시해 싼타페나 쏘렌토R 등에 선보였다.
르노삼성이 보스 오디오 시스템을 SM7 등의 고급사양 모델에 장착하고 있고, 한국GM도 2010년 출시한 알페온에 이어 지난해 2000만원대 쉐보레 트랙스에 보스 오디오를 갖췄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계열사가 개발한 디멘션과 액튠 외에도 쏘나타, K5, K7, 그랜저 등에 JBL을 구비했다. 벨로스터에 장착된 비츠 오디오시스템은 미국 힙합가수 닥터 드레가 튜닝 등에 참여한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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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이 장착된 아우디 A8의 실내. 아우디 제공 |
◆달리는 콘서트장 표방한다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프리미엄급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하는 게 자동차업계의 추세가 됐지만 ‘달리는 콘서트장’을 표방하는 차들은 대개 업체의 플래그십 모델 등 고가 차종에 몰려 있다.
에쿠스, K9, 신형 제네시스 등 현대기아차의 최상위 모델의 ‘소리’는 하만 계열인 렉시콘이 맡고 있다. 롤스로이스에만 공급되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17개 스피커가 달린 프리미엄 시스템은 VIP석 사운드 모드를 따로 두고 있고, 서브 우퍼 스피커 크기를 키워 저음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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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 올뉴 레인지로버 스포츠에 장착된 메리디안 오디오 시스템. 랜드로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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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가 부메스터와 함께 개발해 S클래스에 장착한 오디오 시스템.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
BMW는 이 밖에도 가속 시 엔진음 일부를 실내로 끌어들여 역동적인 주행감을 극대화하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 작업에 물리학자, 엔지니어, 사운드 디자이너, 심리학자로 구성된 팀을 투입해 소리 제어에 성과를 냈다. 하지만 2007년 뱅앤올룹슨을 처음 차에 장착한 건 아우디 A8이다. 아우디 기술자 25명과 뱅앤올룹슨 기술자 20명으로 구성된 팀이 시스템 개발에 매달린 결과다. 특히 A8L W12에 적용된 시스템은 1400W 이상의 출력을 가진 앰프 2개가 알루미늄 케이스에 담긴 19개의 스피커를 작동시킨다.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은 A4 2.0 TDI/TFSI 콰트로 프레스티지, Q5 3.0 TDI, S4∼S8, RS 5, R8 등에 적용됐다. 에스턴 마틴과 벤츠의 일부 모델도 뱅앤올룹슨을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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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에 장착된 뱅앤올룹슨의 센터 스피커. |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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