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수 출장경기 수 미달 이승엽, 지명타자 후보로
KBO “타이틀 홀더 김태균은 예외… 1루수 해당”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8일 2012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후보 38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투수와 지명타자를 뺀 야수 부문에서는 포지션별로 기준 타율이 다르지만 모두 88경기 이상 수비 출전을 후보 선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개인타이틀 수상자는 자동으로 후보에 포함된다.
그러나 이번 명단에 오른 김태균(한화)과 이승엽(삼성)은 후보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1루를 주 포지션으로 하는 김태균과 이승엽은 1루수로 선발 및 교체 출장한 경기가 84경기와 80경기로 후보 선정 기준인 88경기 수비 출전에 미달된다. 그럼에도 김태균은 1루수, 이승엽은 지명타자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런 애매한 후보 선정 기준 탓에 김태균은 골든글러브 수상 가능성이 희박해진 반면 이승엽은 매우 높아졌다. 1루수 부문에는 올 시즌 정규리그 3관왕(홈런·타점·장타율)에 오르며 시즌 MVP를 수상한 박병호가 버티고 있기 때문. 김태균도 만만치 않은 성적을 올렸지만 MVP 투표 때 박병호에게 5-73으로 압도적으로 밀린 것을 생각하면 김태균의 수상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이승엽은 지명타자 부문 경쟁자인 이호준(SK), 홍성흔(롯데), 이진영(LG)보다 홈런과 타점, 타율, 안타 등 모든 기록에서 앞서 있다.
사실 골든글러브 시상식 잡음은 해마다 불거졌다. 골든글러브 수상 적합성의 태생적 한계 탓이다. 수비만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 미국의 골드글러브와는 달리 한국은 수비력보다는 공격력에 가중치를 훨씬 높게 두는 기형적인 구조다. 이와 더불어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가 과연 골든글러브 수상 자격이 있느냐도 주요 논란거리였다.
이런 논란을 제쳐두더라도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인 골든글러브 후보 선정 기준의 모호함은 상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밖에 없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한 해 동안 고생한 선수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팬들과 함께 프로야구 한 해를 결산하는 마지막 축제다. 그 때문에 선수와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상자가 나와야 한다. 늦은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모호한 후보 선정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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