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사진 등 교묘히 포장…기업 손해·소비자 혼란 초래
"확인 되기전엔 믿지 말아야" ‘인육을 구하려는 중국인이 한국으로 몰려온다.’
지난 9월 인터넷은 ‘인육 괴담’으로 들끓었다. 중국의 명절인 쌍십절(10월10일)에 인육을 먹는 풍습이 있는데 중국에서는 인육을 먹으면 실정법 위반이기 때문에 한국으로 원정을 와서 먹는다는 소문이었다.
황당하고 믿기 힘든 이야기다. 그러나 그럴듯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동영상에는 사람을 납치해 인육을 얻는 방법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때마침 관세청이 국내로 밀반입되는 인육 캡슐을 적발하면서 국민들은 괴소문이 마치 ‘진실’처럼 느껴질 지경에 이르렀다. 경찰은 ‘인육 괴담은 사실이 아니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21일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SK텔레콤(SKT)은 요금제 관련 소문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아이폰5’의 출시를 앞두고 ‘아이폰 전용 LTE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한다는 소문이 유포된 것. 회사 내부 문서로 보이는 ‘요금제 표’가 근거로 제시돼 신빙성을 높였다.
소문을 접한 시민들은 ‘SKT와 애플이 뒷거래가 있었던 것인가’ ‘특정 단말기 요금제는 차별 아닌가’ 하는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회사에도 진위를 묻는 고객의 전화가 빗발쳤다. 경쟁사인 KT에서도 ‘LTE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한다’는 소문이 요금제 표와 함께 나돌았으나 이 역시 거짓으로 판명됐다.
최승원 덕성여대 교수(심리학)는 “온라인에서는 헛소문을 전달할 때 몸짓, 표정 등 ‘비언어적 수단’을 사용할 수 없다”며 “헛소문이 정교하게 구성되지 않으면 믿음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거짓말의 강도가 갈수록 세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룹 ‘에픽하이’의 멤버 ‘타블로’가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하지 않았다고 몰아갔다가 실형을 선고받은 누리꾼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타블로의 한국 입국기록 등을 근거로 학력위조설을 퍼뜨렸다.
이들의 근거는 한때 타블로 측이 제시한 공식 증빙자료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속도에 취해 헛소문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창호 숭실대 교수(정보사회학)는 “정보가 많고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인터넷의 장점이지만 그만큼 헛소문도 빨리 퍼진다”면서 “소문을 접하더라도 당사자 등에게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 아닐 경우 판단을 보류하는 것이 혼란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오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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