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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⑫ ‘항재전장’ 정신교육 어떻게 완성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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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11-01 18:34:55 수정 : 2011-11-01 18: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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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대적관 갖춘 ‘전투형 군인’ 양성 위해 체험형 교육 강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말 취임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휘관 중심의 정신교육을 강화해 전투 의지가 충만하고 기강이 확립된 장병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장병들의 정신전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바로 강군의 요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장관을 비롯해 수많은 군 지휘관들이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계기로 ‘언제나 전장에 있다’는 의미의 ‘항재전장’(恒在戰場) 의식을 다졌다. 하지만 군에서 변화의 바람을 감지하기가 쉽지 않다.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을 골자로 한 국방개혁에 매몰돼 군내 갈등을 초래하거나 해병대 총기사고 등으로 국민 불신만 깊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군 정신교육의 중요성

지난달 20일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군의 현실을 빗댄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원유철 의원(한나라당)은 “일선 사병들의 호칭 문제에 대해 확인하겠다”면서 “지금 병사들이 다른 부대나 다른 군의 병사를 부를 때 ‘아저씨’라고 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이어 “군대에서 호칭은 군의 통일성, 동료애, 전우애 등이 함축돼야 한다. 그런데 병사들끼리 아저씨라고 한다면 여군은 ‘아줌마’라고 불러야 하느냐”고 다그쳤다. 김 장관은 “지금 호칭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며 군색하게 답변했다.

실제 일선 부대에서는 많은 병사들이 다른 부대 병사를 만날 경우 계급의 고하를 불문하고 ‘아저씨’로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대 분위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지만, 군의 존재 의미를 퇴색시키고 군 기강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러한 잘못된 병영문화를 바꾸는 데 기본이 되는 것이 군의 정신교육이다. 올바른 정신교육을 통해 강인한 정신력을 갖춰야 항재전장의 전투형 병사가 될 수 있다. 병사 개개인뿐 아니라 국민의식 형성에도 영향을 끼친다. 장병들에게 어떤 목적으로 어떤 내용의 정신교육을 실시하느냐가 나라의 장래를 좌우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19세기 프로이센의 군사이론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저서 ‘전쟁론’에서 “물질력이 칼집이라면 정신력은 칼의 시퍼런 날”이라며 정신전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부대에서 미디어 활용기법을 이용한 정신교육을 받고 있는 장병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미디어 활용기법이란 교수학습 현장에 미디어를 도입해 학습동기를 부여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육군 제공
◆군 정신교육의 어제와 오늘


정신전력 강화를 위한 군의 정신교육은 1970년대 자주국방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시작됐다. 이스라엘의 중동전 승리와 베트남전에서의 월남 패망을 보면서 한층 강화됐다. 하지만 군내 상황은 열악했다. 정훈교육, 정신훈화, 인격지도, 시사교육 등 정신교육 기본과목의 이름마저 뒤죽박죽이었다. 이처럼 교육체계가 미흡하고 강의는 주입식이어서 병사 참여도가 낮았다.

1990년대에 남북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1999년에는 군 정신전력학교(국방정신교육원)가 폐교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군 정신교육의 필요성이 줄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정신전력학교는 병사들의 정신교육을 담당하는 정훈장교의 재교육과 정신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을 담당하면서 군 정신교육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기 때문에 폐교 조치는 충격을 줬다. 올 들어 군은 12년 만에 정신전력학교 재설립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움직임이 없다.

군 정신교육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채 혼선을 빚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군이 인혁당 사건과 제주도 4·3 사건 등을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이 벌인 일”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병 정신교육을 실시하다 논란을 빚은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두 사건은 법원 판결 등으로 국가의 잘못이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검증 절차없이 종북세력과 연관시켰다가 시대에 뒤떨어진 군 정신교육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 국방부는 올바른 대적관을 갖춘 전투형 군인 양성을 위해 체험형 교육과 생활화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신세대 장병들의 정신력을 높이기 위해 병사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해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CF식 영상교재를 제작·보급하거나 만화를 활용한 교재를 개발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주입식 강의에서 벗어나 대담, 다큐멘터리, 골든벨(퀴즈쇼)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부대별로는 인근 전사 유적지 답사를 통해 무용담과 군인정신을 직접 체험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정신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이런 차별화된 시도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먼저 지도부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군의 사기를 고취하고 우리의 헌법적 가치 등을 가르치면서 잘못된 것을 하나하나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진·조병욱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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