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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AI 거버넌스 리더십 확보 나선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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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07 23:11:39 수정 : 2025-09-07 23:11:38
홍주형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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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유엔총회에서 AI 의제 제시
중견국으로서 적극 전략 고무적
기술 발전 없이는 존재감도 없어
민간과 과감한 투자·지원 나서야

이재명 대통령이 9월 유엔총회 기간 중 ‘인공지능(AI)과 국제 평화·안보’를 주제로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 주도 토의를 주재한다. 알파벳 순서로 돌아가는 안보리 의장국 순서에서 한국이 유엔총회가 열리는 9월 의장국을 맡게 된 것은 운이 좋지만, AI를 ‘시그니처 이벤트’(의장국이 관심 의제로 여는 토의)의 주제로 선택한 것이나 이 대통령이 직접 토의를 주재하는 선택은 기민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한국은 G7 회원국이 아니기에 이번이 사실상 본격적인 다자외교 무대 데뷔라 할 수 있다. 다자 데뷔 무대에서 AI라는 시대적 의제를 제시하게 된 셈이다. 지난해 6월 한국의 첫 안보리 의장국 수임 기간에는 사이버안보를 시그니처 이벤트에서 다뤘는데 이번에는 AI로 확장했다. 연결된 두 주제는 모두 안보리의 상설 의제가 아닌 신흥 의제들이며, 한국이 발 빠르게 전통 안보 틀에 신흥 의제를 도입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홍주형 워싱턴 특파원

AI는 군사적 활용 위험이라는 차원에서 이미 핵심 안보 이슈가 되었지만, 그 밖에도 공급망, 금융, 보안, 민주주의, 프라이버시 등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신흥 안보 문제로 번지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들에서도 AI를 안보 맥락에서 논의하는 자리가 잦아지고 있는데, 결국 AI 발전이 미·중 전략 경쟁의 한 축으로 굳어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미국은 AI 경쟁 우위를 ‘국운을 좌우할 초당적 과제’로 보고 중국을 압도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와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반도체과학법(Chips Act)을 통해 미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 한 것,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기업들에 반도체 산업 유치를 압박하고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오픈AI 등 빅테크(거대기술기업) 거물들을 백악관에 불러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빅테크들도 규제 완화를 목표로 정부와 보조를 맞추며 ‘중국과의 경쟁’ 구도를 부각시킨다.

반면 다른 흐름도 있다. ‘AI 거버넌스’ 논의다. 패권 경쟁과 별개로, AI를 전 세계가 합의된 규칙 아래 활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애틀랜틱카운슬에서 열린 ‘AI 공급망에서의 진실(Truth)과 신의(Trust)’ 포럼에서는 이 분야에 아직 전 세계적인 합의는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전제로 투명성, 포용적 민관 파트너십, 위험정보 기반(risk-informed) 접근 같은 원칙들이 논의됐다. 백악관과 MS 등에서 사이버안보 거버넌스 관련 책임자로 경험을 쌓은 켐바 왈든 팔라딘 글로벌인스티튜트 대표는 이 분야에서 전통적 국가 중심 안보 기구의 역할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민관이 유기적으로 참여하는 글로벌 협의체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5월 이미 서울에서 제2회 AI 정상회의를 영국과 공동 개최한 바 있는 한국은 AI 거버넌스를 한국의 참여 여지가 높은 장으로 보고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중견국으로서 목소리를 낼 무대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AI가 패권 경쟁의 장이 되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전 세계에서 여러 행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거버넌스 논의도 계속되는 가운데 이 장에서 한국이 중견국으로서 고유한 역할을 찾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기술 발전 없는 거버넌스 리더십은 있을 수 없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과감한 투자와 지원으로 기술 자체에서 존재감을 확보해야 거버넌스 리더십도 유지된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벨퍼 과학·국제문제센터의 6월 핵심·신흥 기술 분야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생성형 AI분야에서 한국은 민간 투자 감소와 제한된 인력으로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의 AI 경쟁력은 전 세계 9위였으며, 현재 AI 공급망에서 한국이 그나마 앞선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반도체 산업만 그보다 앞선 5위였다. 미국의 ‘시장 중심’ 모델과 유럽의 ‘법제화 중심’ 모델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한국 산업에 유리한 균형을 설계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홍주형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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