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편채널이 MC 강호동의 이적설로 인해 연예계 최대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그간 수많은 스타PD들이 종편채널로 이적했고 강호동 등 유명 스타들마저 종편행 소식이 전해지자 방송계에 광풍이 불어 닥친 것. 가요계는 아직까지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상황이지만 곧 다가올 종편채널이 반갑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사례1. 지난해 해외에서 시상식을 개최한 엠넷과 지상파 가요프로그램 간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시상식과 가요프로그램 일정이 겹쳐 가수들의 출연여부를 놓고 보이지 않는 힘 싸움을 벌인 것. 당시 대형기획사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가수들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설 수 있는 무대가 많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닌 셈이다.
사례2. 가요계는 아이돌 일색이다. 가요프로그램 역시 대세인 아이돌 위주로 무대에 세운다. 이런 와중에 ‘장르를 아우르는 음악’ ‘실력파 뮤지션들이 함께하는 고품격 라이브 음악실’을 모토로 내세운 KBS 2TV ‘음악창고’가 폐지됐다. 알릴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좋은 음악을 소개한다는 뜻 깊은 취지도 대세를 거스르지 못하는 모양새다.
위 사례들은 종편으로 인해 미디어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을 때의 가요계 변화를 예측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다. 채널이 늘어나면 가요프로그램 역시 다수 신설될 것이 확실하고 가수들이 설 무대가 많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가수들 입장에선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시간은 정해져 있고 가요프로 외에도 소화해야 할 스케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방송계에서 배우나 MC 등 스타급들은 여러 채널에서의 ‘모시기 전쟁’으로 인해 몸값 상승이 필연적이고 ‘방송사 눈치보기’가 아닌 갑의 입장에 설 수 있다. 하지만 가수들의 경우 가요프로그램 출연만으로 생계 및 인기 유지가 어려워 특 A급이 아닌 이상에 방송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요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인기아이돌그룹이 소속된 한 기획사 관계자는 “가요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는 날은 목금토일이고 채널이 늘어나면 월화수 중에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예능 등 다른 일정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던 신인들에겐 설 자리가 많아지니 반가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들은 음악장르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즉, 댄스 위주의 아이돌가수라면 모르지만 타 장르가수나 인디신에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채널이 신설되면 급선무는 시청률 확보다. 잘 나가는 스타들 위주의 섭외경쟁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내다봤다.
장르의 다양화보다는 현 기득권 기획사와 가수에게 러브콜이 쏟아질 거라는 전망이 부정적인 의견의 주요 골자다. 대중문화 평론가 강태규 씨는 “종편이 다양성보다는 연예권력과의 결탁일 가능성이 높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소위 '없는 가수'는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만 커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런 이유로 인디계에서도 종편에 큰 희망을 갖고 있지 있다. 인디계의 SM이라 불리는 마스터플랜 측 관계자는 “트렌드는 무시 못 할 것”이라며 “아이돌 댄스가 대세인데 우리에게까지 기회가 주어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 해당 채널에서 인디신을 위한 프로그램이 생기지 않는다면 결국 기득권 기획사에만 해당하는 종편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한 관계자는 “잘 나가는 가수에게 러브콜이 쏟아지겠지만 그들의 소화할 수 있는 스케줄에는 한계가 있다. 콘텐츠는 부족해질 것이고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에게도 차츰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낙관했다.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의 성공이 다양성 확보의 좋은 예가 되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정병근 기자 bkm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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