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에탄올 수요도 늘어 재고율 ‘뚝’
투기 세력 극성… 애그플레이션 비상등
곡물 선물가격 2008년 폭등때보다 높아

기상이변으로 신음하는 세계 곡창지대
미국 농무부는 최근 기상이변으로 올해 밀은 전년보다 5.4%, 콩은 1.8% 생산이 감소하는 등 세계 곡물 생산량이 평균 2.2%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서는 옥수수와 밀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콘 벨트’ 지역을 흐르는 미시시피강의 범람으로 옥수수 재배면적이 크게 감소하고, 파종시기도 늦어져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밀 곡창지대인 오클라호마와 캔자스, 텍사스 등지는 3월부터 두 달간 강우량이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경작지의 44%가 열악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미국의 생산량이 감소하면 세계 밀 가격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밀 생산지인 산둥·허베이 등 북부 8개 성은 지난해 10월부터 20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 중국 밀 재배면적의 80%에 해당하는 640만ha가 작황 부진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밀 최대 생산국이자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작황 부진도 세계 밀 수급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럽도 36년 만에 찾아온 가뭄으로 유럽 최대 밀 생산국인 프랑스가 전년보다 12%, 독일은 7.2% 생산량이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생산 차질과 소비 증가, 투기세력 가세 등으로 수급 불안이 가중되면서 재고율이 떨어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국제 곡물 수급 불균형으로 2010/2011년(곡물연도) 세계 밀, 옥수수, 콩의 기말재고율이 각각 전년 대비 2.7%, 3.3%, 0.9%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소비가 생산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옥수수의 기말재고율이 전년 대비 3.3%포인트 하락한 14.6%에 그칠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애그플레이션이 있었던 2007/2008년(16.8%)에 비해서도 2.2%포인트 낮은 사상 최저 수준이다. 재고 감소와 달러 약세로 곡물 선물가격은 이미 2008년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다.
데이비드 오페달 시카고연방준비위원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전체 자동차 연료의 10%를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에탄올로 충당하고 있다”며 “국제 원유 가격이 올라가면서 에탄올 수요가 느는 상황에서 옥수수 비축량이 충분한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CME(시카고상품거래소)그룹 데이비드 레먼 신상품개발담당 디렉터는 “올 들어 옥수수 재고량이 15년 만에 최저치인 데다가 콩 비축량도 적다”면서 “특히 미시시피강 주변 침수로 옥수수와 콩 재배면적이 크게 줄었고 기상이변으로 수확량도 감소할 전망이어서 가격 인상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곡물 가격은 달러로 매겨지는데, 달러화가 약세다 보면 상품 가격은 예전 가격을 찾아가기 위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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