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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은 화장실, 부기장은 실신… 205명 탄 여객기 ‘아찔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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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20 10:01:23 수정 : 2025-05-20 10: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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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발 A321, 자동항법 덕에 10분간 무사 비행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대기 중인 루프트한자 여객기들. 최근 루프트한자 항공편에서 부기장이 실신해 약 10분간 조종사 없이 자동운항한 사실이 알려졌다. 연합뉴스

 

지난해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 여객기가 조종석에 아무도 없는 상태로 약 10분간 비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8일(현지시간) 독일 dpa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항공사고조사기관(CIACIC)은 작년 2월 17일 프랑크푸르트를 출발해 스페인 세비야로 향하던 에어버스 A321 여객기가 한때 조종사의 개입 없이 비행했다고 밝혔다.

 

당시 기내에는 승객 199명과 승무원 6명이 탑승해 있었다.

 

사고는 기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발생했다. 조종실에 혼자 남은 부기장이 갑작스레 실신했고 그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조종 장치를 건드렸다. 다행히도 항공기는 자동항법장치 덕분에 큰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비행을 이어갔다.

 

문제는 조종석 문이 ‘납치 방지용 보안 시스템’으로 잠겨 있었던 점이다. 기장은 일반 코드를 다섯 차례나 입력하며 조종실 문을 열려 했지만 안에서 반응이 없자 끝내 실패했다. 이때 한 승무원도 기내 전화를 이용해 부기장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역시 무응답이었다.

 

조종실에 접근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 비상 코드였다. 기장이 이를 입력하자 자동 개방을 앞두고, 다행히도 부기장이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아 안에서 문을 열었다.

 

의식을 회복한 부기장은 기내에 있던 의사에게 응급 처치를 받았고 기장은 목적지인 세비야 대신 인근 마드리드 공항으로 항로를 변경해 비상 착륙했다. 부기장은 착륙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현재는 건강을 회복한 상태다.

 

한편 2020년 12월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브리티시항공 A320 여객기가 런던에서 아테네로 향하던 중 부기장이 갑자기 몸 상태가 악화돼 의식을 잃었다. 기장은 스위스 취리히 공항으로 항로를 변경해 비상 착륙했고 부기장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당시 승객들은 5시간 넘게 공항에 대기했고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데 9시간이 걸렸다. 영국 항공사 내부에선 그 해 유독가스 관련 이상 증세 신고가 300건 넘게 접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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