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도시가 현대전의 핵심 전장이 되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방어 측이 인구 밀집 지역에 성곽을 구축하고, 공격 측은 이를 돌파하거나 포위해 항복을 유도했다. 그러나 오늘날 도시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커졌고, 전략적 가치 또한 높아졌다. 인도주의적·정치적 제약으로 장기 봉쇄는 어려운 만큼, 결국 공격 측은 도시에 진입해 적을 제거할 수밖에 없다. 이때 방어 측이 건물과 민간인을 방패 삼아 저항할 경우, 도시는 곧바로 격렬한 전투장으로 전환된다.
이라크 모술 전투(2016~2017년)는 현대 시가전의 대표적 사례다. 이슬람국가(IS)의 거점을 탈환하기 위해 미군 주도의 연합군과 이라크군은 철저한 준비 끝에 시가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IS는 터널망, 급조폭발물(IED), 저격수, 민간인을 활용한 복합 방어망을 구축했고, 이라크군은 건물마다 전투를 벌이며 느리게 전진해야 했다. 골목과 건물 하나를 두고 며칠씩 교전이 이어질 만큼 전투는 격렬했다. 항공과 포병의 정밀 타격도 시가전에서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양측을 합쳐 10만이 넘는 병력이 투입된 전투는 9개월간 이어졌고 수천 명이 전사하는 극심한 소모전으로 전개되었다. 그 결과 모술이 함락되자 IS는 이라크 내에서 사실상 궤멸했고, 이 한 도시의 전투가 전쟁의 분수령이 되었다.

모술 전투는 도시가 곧 전장이 된 현대전의 본질을 보여주는 실전 교본이었다. 전통적인 전선과 달리 피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전투는 좁은 골목과 복층 구조, 지하망과 고층 건물이 얽힌 복합 공간에서 벌어진다. 여기에 드론, 저격, 위장, 매설 폭발물, 민간인 가장 등 비정규 수단이 결합한 하이브리드전 양상까지 더해지며, 전투는 한층 더 복잡해진다.
앞으로의 전쟁은 더는 들판이나 고지에서 벌어지지 않는다. 전투의 중심은 도시 한복판이 될 것이며, 이는 우리가 반드시 대비해야 할 현실이다. 한국과 북한 모두 핵심 인프라가 도시에 집중된 만큼, 전면전이 발발하면 서울과 평양 등 대도시는 피할 수 없는 전장이 된다. 이때의 시가전은 시민 보호, 기반시설 유지, 도시 통제권 확보가 동시에 요구되는 총력전으로 전개된다. 실제로 모술 전투에서 이라크군의 승리는 전술적 우위뿐 아니라, 물자와 병력 등 총체적 동원 능력에서 비롯되었다. 도시 전투는 전투력만으로 이길 수 없다. 군, 국가, 민간이 하나 되어 얼마나 많은 국가 역량을 전장에 투입할 수 있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심호섭 육군사관학교 교수·군사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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