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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건물더미서 할머니·손자 9일 만에 '기적 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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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3-21 08:41:17 수정 : 2011-03-21 08: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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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요구르트 먹으며 버텨…초고령사회 불구 대책 미흡
노인들 "어떻게 피하란 말인지"…사망·실종자수 총 2만명 넘어
일본 지진 발생 열흘 째인 20일, 2명이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인간의 ‘한계 상황’이라고 일컬어지는 72시간을 훨씬 넘긴 9일 만이다. 이 구조 소식이 더딘 구조 작업과 방사능 유출로 불안해하는 시민들에게는 희망으로 다가왔다. 이번 지진으로 세계적인 초고령사회인 일본이 재난 시 고령자들의 안전 확보에 허술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망·실종자 수는 총 2만명을 넘어섰다.

◆9일 만의 생환, 부엌 음식으로 버텨

NHK는 20일 오후 4시쯤 경찰이 미야기현 이시노마키 가도노와키의 부서진 주택에서 아베 스미(80·여)와 손자 아베 진(16)을 1시간 만에 구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언제, 어떤 경위로 건물에 갇혔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할머니는 “줄곧 이곳에 있었느냐”는 구조대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소년은 경찰에 “지진이 난 날부터 집에 갇혀 있었고 냉장고에 있는 요구르트 등 음식을 먹으면서 버텼다”고 말했다. NHK는 두 사람이 부엌에 있었던 덕에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할머니는 부서진 건물 더미에 갇힌 채 양 발을 냉장고로 추정되는 물건에 걸려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고, 소년이 할머니에게 물과 음식을 먹여주며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 당시 소년이 부서진 집의 지붕 위에 올라가 ‘집안에 사람이 있다’는 뜻의 신호를 보냈고, 생존자를 수색 중이던 경찰관이 이를 발견했다. 소년의 체온이 저하하는 등 두 사람 모두 쇠약한 상태이긴 하지만, 의식은 또렷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을 헬리콥터로 이시노마키 적십자병원으로 이송했다.

◆고령자 위한 재난 대책 없어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일본은 노령층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이지만 재난 대피 매뉴얼에는 고령자 대책이 따로 포함돼 있지 않다.

센다이 등 일본 동북부 해안 지역에서는 재난 훈련이 시작되면 촌장이 대피 방송을 한다. 하지만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고령자들에게는 이마저도 효과적인 경고가 되지 않는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비상등을 집에 설치하기도 하는데 대피 방법은 스스로 결정해서 움직여야 한다.

지자체가 마련한 대피소에 도착하더라도 당장 생활에 어려움이 많다. 먹을 것은 물론이고 전기와 식수가 거의 공급되지 않는다. 지난 16일 70대 여성이 센다이 와카바야시 피난소 임시 화장실 앞에서 넘어져 있는 것이 발견돼 병원에 옮겨졌지만 숨졌다.

일본 재난 전문가 히로히토 마사오는 “젊은이와 고령자들을 하나로 묶어 재난 시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등 고령자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9일에는 기적의 생존자가 발견돼 한때 구조대원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나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NHK 등 일본 언론은 응급구조대원들이 미야기현 게센누마에서 무너진 3층 집을 살펴보던 중 20대 남성 가쓰하라 모리야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구출 당시 얇은 담요 하나만 걸쳤던 그는 ‘8일 만에 구조된 사나이’로 국내외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고 조사 결과 모리야는 구조된 것이 아니라 재난 직후 가족과 함께 피난소로 몸을 피했다가 18일 자택으로 돌아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오후 6시 현재 이번 지진·해일로 일본에서는 8277명이 숨졌고 1만2722명이 실종되는 등 사망·실종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섰다.

조민중·이희경·정선형 기자 inthepeop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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