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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구세주가 돼라" 가족 응원메일 큰 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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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3-20 22:47:32 수정 : 2011-03-20 22: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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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영웅' 소방대 3人 눈물의 회견 “대원 모두가 최선을 다해….”

도쿄소방청 ‘하이퍼 레스큐(특별구조대)’의 도미오카 도요히코(富岡豊彦·47) 제6방면대 총괄대장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가 고개를 다시 들었을 땐 두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는 언론 질문에 오렌지색 소방복의 ‘영웅’은 목이 메었다. 자신의 명령으로 사지에 뛰어든 부하들의 얼굴이 떠올랐던 것이다. 한 시간 같았던 10초간 침묵 뒤 그는 겨우 다시 입을 열었다.

“대원들의 가족에게 정말로 죄송하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에서 ‘보이지 않는 적’과 사투를 벌였던 도쿄소방청 하이퍼 레스큐의 도미오카 대장 등 현장 지휘관 3명은 19일 저녁 일본 국민과 언론 앞에서 처음으로 심경을 털어놓았다.

출동명령이 떨어진 것은 지난 18일. 달리는 소방차를 탄 대원 139명은 가족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작별인사를 했다. 가족들은 이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작전의 최고사령관인 사토 야스오(佐藤康雄·58) 총대장도 아내로부터 “일본의 구세주가 되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이들은 18일 오후 5시쯤 원전 정문에 진입했다. 하지만 원자로 외벽 폭발 잔해 때문에 전진할 수 없었다. 자정을 30분 남겨 놓은 오후 11시30분쯤 대원 40여명이 3호기로 뛰어들었다. 20명이 수작업으로 350m에 걸친 호스를 연결했다. 덕분에 19일 자정을 갓 넘겨 살수작업이 시작됐다.

대원들은 방사능 수치를 측정해 가며 격려했다. 현장의 방사선량이 살수 직전에 시간당 60μSv(마이크로시버트)였다가 물을 뿌린 뒤에 급격히 내려갔다. 사토 대장은 “(물이 수조에) 명중했다고 확신한다”면서 “대단히 어렵고 위험한 임무였다. 국민의 기대를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어 충족감을 느끼며 안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대원보다 앞서 현장에 투입된 자위대원들은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육상자위대의 ‘중앙특수무기방호대’(중특방) 소속 대원 160여명은 지난 11일 밤 출동한 이후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폭발을 피해가며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11시 대원 6명이 펌프차 2대와 지프차 1대를 끌고 3호기 앞 20m까지 근접했을 때 소수폭발이 발생했다. 3호기의 외벽 파편이 차량을 덮쳤다. 4명이 다리를 다쳤다. 차를 포기하고 정신없이 대피했다가 다시 돌아가보니 차량 바로 앞에 집채만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져 있었다. 콘크리트가 1m만 더 날아왔어도 이들은 차량에 갇힌 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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