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기 수조 균열 가능성도 제기…"냉각수 공급 자체가 힘든 상황"

일본 정부의 집중 살수 노력으로 후쿠시마 1원전의 ‘위기’는 일단 벗어난 것으로 보이나 3·4호기는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 3호기는 갑자기 압력이 상승해 원자로의 밸브를 열어 외부로 방사능이 포함된 증기를 직접 빼내는 ‘위험한 작업’까지 한때 검토됐다. 4호기는 사용후 핵연료(폐연료봉) 저장수조에 균열이 생겨 냉각수 공급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1·2호기와 5·6호기는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보였다.
◆3·4호기, 여전히 불안
이틀에 걸친 살수작업에도 3·4호기에선 ‘돌발상황’이 잇따랐다. 3호기는 20일 오후 갑자기 내부 압력이 급상승해 도쿄전력은 격납용기의 밸브를 열어 증기를 외부로 방출해 압력을 낮추는 작업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후 상승세가 잦아들면서 증기 배출을 보류했다. 3호기는 지난 13일 증기를 방출하는 밸브 한 개를 이미 열어놓은 상태여서 압력이 다시 높아진 이유가 불분명하다. 다만 밸브가 닫혀 버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전력 측은 일단 지켜보고 압력이 더 올라가면 밸브를 추가로 열 계획이다. 1∼4호기 가운데 방사능 배출량이 가장 많은 3호기에서 밸브를 더 열면 방사능 유출량이 크게 늘어난다.
4호기도 문제다. 폐연료봉 저장수조에 냉각수가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데 이어 폭발로 저장수조에 균열이 생겨 냉각수 누수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이날 LA타임스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전문가들의 견해를 빌려 “4호기 폐연료봉 저장수조 벽에 균열 또는 구멍이 생겼고 물 보충이 극히 곤란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소방차의 살수 작업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냉각시스템이 정상화돼도 온도를 떨어트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원복구’ 1·2호기, 냉각시스템 가동 임박
지난 주말 외부 송전선을 끌어와 전력선 확보에 성공한 1·2호기는 누전까지 확인하고 20일 전기를 흘려보낼 준비를 모두 마쳤다. 외부에서 전력을 받아 각 원자로에 나눠 보내는 ‘파워센터’(한국에선 ‘스위치 야드’)의 충전이 끝난 상태로, 각종 계측기와 중앙제어실 복원작업이 끝나면 바로 전기가 공급돼 냉각기가 정상화된다. 당초 19일부터 전력공급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3, 4호기 주변의 각종 잔해물 처리와 끊어진 배관 연결 등 추가 작업이 여의치 않은 탓에 늦어졌다.
◆비상전력 공급 5·6호기 비교적 안정적
5·6호기는 현재 가장 안정적이다. 외부전원이 복구되지는 않았지만 6호기의 비상용 디젤 발전기가 작동하면서 19일부터 냉각 시스템이 가동됐다. 5호기도 6호기의 발전기를 함께 사용한다. 이에 따라 폐연료봉 저장수조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20일 현재 5호기는 평상시 온도에 근접한 35도까지 내려갔고 6호기도 41도까지 내려갔다.
이경희 기자 sorimo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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